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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 시계(視界) 제로...사법 리스크에다 노조정책 변화 요구까지


입력 2019.12.19 13:10 수정 2019.12.19 17:23        이홍석 기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 장기화에 주요 경영진 구속 경영 차질

노조 이슈 부상 장기 변수로...양대노총-강경 가능성 우려

이재용 부회장 재판 장기화에 주요 경영진 구속 경영 차질
노조 이슈 부상 장기 변수로...양대노총-강경 가능성 우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이 연이은 재판과 주요 경영진들의 구속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가 커진데 이어 노조 이슈 부상으로 장기적으로 경영에 발목을 잡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이 사법리스크 확대로 내년 경영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노조 이슈가 중장기적으로 부상하면서 경영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기소된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인사팀 부사장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의장과 강 부사장을 포함 총 7명이 구속됐고 삼성 전·현직 임직원 32명 중 26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사회 의장이 구속된 것은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초로 이 의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은 ‘삼성 2인자’로 꼽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에버랜드 노조의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강경훈 부사장(징역 1년4개월)을 비롯해 에버랜드 전·현직 직원 10여명에게 유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경영진들이 영어의 몸이 되면서 공백으로 인한 내년 경영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재판 결과와 별개로 내년 경영일정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주요 경영진들의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굵직한 현안과 상황 변화에 대한 대응력은 저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판결로 삼성의 노조 활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삼성의 경우, 지난 2011년 에버랜드 노조에 이어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설립된 데 이어 2014년 삼성SDI, 2017년 삼성엔지니어링·삼성에스원에 노조가 생겼다.

지난 해에도 삼성전자에 3개의 개별 노조가 설립됐고 지난 11월에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삼성전자 노조까지 출범했다. 아직 노조 가입률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조 가입률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측은 전날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노조 정책의 수정을 넘어서 무노조 경영 기조 폐지가 예상된다. 공식적으로 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법원의 판결과 최근 계열사별로 노조 설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헌법상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로 보장된 노조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강성 노선이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국내 노조의 성향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많다.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합리적인 사고와 노선을 중시하는 온건파보다 노조원들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워 투쟁과 폭력을 반복하는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게다가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의 타깃이 돼 노조 이슈가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에 의해 삼성의 경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도 이미 노조가 설립된 만큼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기는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양대노총에서도 노조 이슈를 최대한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우려는 최근 완성차 업체 노조들의 잇따른 파업 조짐도 반영된 결과다. 노조가 회사의 경영난 등 난국을 함께 타개하려는 합리적 노력보다는 임금 인상 등을 무기로 갈등을 조장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노조가 임금단체협상을 빌미로 부분 파업을 진행 중이어서 한창 판매가 이뤄져야 할 신차 K5·K7 등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임금 인상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업을 할 태세며 한국GM 노조도 새 집행부 출범 이후 기선제압을 위해 파업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현대차에서 불거진 와이파이 사태는 귀족 노조의 막무가내식 행보를 잘 나타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사측이 안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근무시간동안 공장 내 와이파이를 차단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노조가 노사합의 파기라고 반발했다. 사측이 와이파이 접속 제한 조치를 유보하자 노조도 특근 거부 카드를 철회하면서 일단 봉합되기는 했지만 불편한 시선은 여전하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비합리적이고 막무가내식 노조의 행태가 그대로 삼성의 사업장에 반영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24시간 가동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삼성 전자계열사 공장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한 전자·IT분야에서는 자칫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해 질 수 있다”며 “회사가 합리적인 노사 관계 설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조도 보다 합리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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