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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데일리안 결산] 역대급 영업 부진 보험사…저금리 충격까지 '첩첩산중'


입력 2019.12.26 06:00 수정 2019.12.25 20:34        부광우 기자

생·손보업계 모두 올해 순익 20% 넘게 줄어

저금리에 규제 강화…정부 압박까지 '이중고'

생·손보업계 모두 올해 순익 20% 넘게 줄어
저금리에 규제 강화…정부 압박까지 '이중고'


국내 보험사 당기순이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보험사 당기순이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보험업계는 올해 들어 말 그대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추락하면서 자산을 굴릴 투자처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와중,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부담은 불어나면서 보험사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정부의 가격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보험업계의 어깨를 짓누르는 가운데 당분간 활로 찾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생보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3조57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384억원) 대비 24.3%(9811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2조9162억원에서 2조1996억원으로 24.6%(7166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심화하고 있는 저금리 기조가 꼽힌다. 금리가 낮아지면 통상 금융 상품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고객들로부터 받은 자산을 굴려 다시 돌려줘야하는 보험사들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 기준금리 인하가 적어도 한 차례, 많으면 두 차례까지 더 단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소리다.

이처럼 낮은 금리는 보험사들 모두에게 악재이지만, 당장 생보사들에게 더욱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몸집을 불리기 위해 높은 이자율을 보장해 주는 보험을 공격적으로 팔았던 과거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떨어지는 시장 금리는 생보업계의 역마진 공포를 키우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생보업계에서 이미 판매된 상품에서 4%가 넘는 이율을 보장해야하는 계약 규모는 10조원이 넘는 상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생보사들의 금리 연동형 보험 상품 부채 중 주계약 상 4%가 넘는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해야 하는 대상은 총 10조679억원에 이른다.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3% 중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 같은 계약들은 이미 모두 역마진의 늪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시행이 다가오는 IFRS17은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2022년 IFRS17이 적용되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난다. 즉, 회계 상 자본이 줄고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손보업계의 사정도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손보사들은 본업인 보험영업에서만 올해 5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7월까지 10개 일반 손보사들의 보험영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총 3조474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390억원) 대비 62.4%(1조3358억원) 급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추산해 보면 올해 손보업계의 연간 보험영업 적자는 기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3조6439억원) 기록을 한참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손보사들도 저금리와 IFRS17로 인한 고민은 생보사들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손보업계의 대표 상품이자 국민 보험인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이 정부 가격 통제 정책의 타깃이 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우선 손보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자동차보험에서 4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았고, 연간 적자는 1조원 이상으로 관측된다.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료가 두 차례나 오르긴 했지만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정비공임이 오르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등에 따른 필요 인상분을 모두 가져가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실손보험에 따른 보험사들의 예상 손실도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힘입어 보험사의 실손보험 지출이 줄어들 것이란 정부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반대 상황이 펼쳐진 점이 역풍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자 병원 방문이 늘면서 건강보험 자기부담금은 물론,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보험금 지급도 늘어나서다.

더욱 문제는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년 보험업계는 이른바 제로 성장이 예고된 상태다.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수익성 악화와 자본비용 상승 등으로 보험사들이 경영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열린 보험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발표한 2020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를 통해 내년 보험산업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0.0%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105조7000억원, 손해보험 수입보험료는 2.6% 증가한 97조을 기록하면서 전체 증가율은 0%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보험연구원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사업 구조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고위험 상품 개발을 지양하는 가운데 소비자 수요 변화를 고려한 신상품을 개발하고, 보험 영업 생태계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채널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수입보험료 중심의 경영전략에서 벗어나 장기 기업가치 중심으로 경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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