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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데일리안 결산] ‘날개 없는 추락’ 정제마진…시름 깊어진 정유업계


입력 2019.12.29 06:00 수정 2019.12.28 21:04        조재학 기자

정유사, 석유화학사업 투자 강화…수직계열화 용이

IMO 2020 효과 가시화 기대…선제적 투자 단행

정유사, 석유화학사업 투자 강화…수직계열화 용이
IMO 2020 효과 가시화 기대…선제적 투자 단행


국내 정유4사 로고.ⓒ각 사 국내 정유4사 로고.ⓒ각 사

2019년 정유업계는 최악의 정제마진에 발목 잡혔다. 올해 정제마진은 일시적 반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손익분기점 아래를 맴돌며 약세를 보였다.

정유업계가 본격적인 다운사이클(업황부진)로 접어든 데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는 위축된 반면 중국의 정유공장 가동률은 증가해 공급이 늘어난 탓이다. 수요부진에 공급과잉이 겹쳐 정제마진이 고개를 들지 못한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글로벌 경기 등 대외변수에 의존하는 경영환경을 탈피하기 위해 비정유사업 확장에 나서며 석유화학사업 등에 투자를 벌였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추이.ⓒ증권업계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추이.ⓒ증권업계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1년 중 ‘14주’만 손익분기점 위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주간 평균)이 손익분기점을 넘은 주는 올 한 해 동안 14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돌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으로, 정제마진이 클수록 정유사 수익은 올라간다. 반대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지면 제품을 생산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3.8달러로, 손익분기점 아래다. 특히 최근 들어 정제마진은 마이너스(-)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지난달 셋째 주(-0.6달러)와 넷째 주(-0.9달러) 2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셋째 주(-0.7달러)에 또 다시 ‘0’ 아래로 떨어지며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전경. 핵심설비로 잔사유 탈황공정(RHDS)과 잔사유 분해공정(HS-FCC) 구성된다.ⓒ에쓰오일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전경. 핵심설비로 잔사유 탈황공정(RHDS)과 잔사유 분해공정(HS-FCC) 구성된다.ⓒ에쓰오일

◆비정유사업 투자 단행…‘석유화학사업’으로 체질 개선
정유업계는 석유화학사업을 중심으로 한 비정유사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한 후 이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수직계열화’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7월 파라자일렌‧톨루엔 등을 생산하는 아로마틱 석유화학공장 증설을 위해 26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정유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석유화학사업으로 채질개선을 이뤄 2022년에는 석유화학 부분에서 전체 영업이익 중 절반을 거두겠다는 의도다.

에쓰오일 역시 석유화학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총 5조원이 투입된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인 ‘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프로젝트’ 준공식을 열었다. 또 2024년까지 7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도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1년 가동을 목표로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짓고 있다. 이 설비는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37년만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석유사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화학사업 등 비정유사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7%에 달할 정도로 성과를 얻고 있다.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CLX) 내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SK에너지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CLX) 내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SK에너지

◆‘IMO 2020’ 효과 가시화 내년으로…선제적 투자 벌여
지난해 4분기 동반적자를 기록한 국내 정유 4사는 올 하반기부터 IMO(국제해사기구) 2020 환경 규제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올해 정제마진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지 못하면서 IMO 2020 효과는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해상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량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나는 대신 벙커C유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일반 정제설비 가동시 나오는 벙커C유와 같은 잔사유를 휘발유‧등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 투자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약 1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저유황유 생산설비인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구축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내년 3~4월 VRDS 상업가동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매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벙커C유를 저유황유로 고도화 할 수 있는 RUC‧ODC을 지난해 11월 가동,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대규모 탈황설비와 고도화 설비로 고품질의 저유황유 생산을 크게 늘렸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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