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M&A 실탄' 현금 깔고 앉은 금융그룹들 '양날의 검'


입력 2020.01.07 06:00 수정 2020.01.07 12:09        부광우 기자

5대 금융그룹 보유 현금 자산 10.8조…1년 새 1.4조↑

非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밑거름…투자 효율에는 '찬물'

5대 금융그룹 보유 현금 자산 10.8조…1년 새 1.4조↑
非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밑거름…투자 효율에는 '찬물'


국내 5대 금융그룹 현금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 현금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들이 현금으로 들고 있는 자산이 1년 새 1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 얽매인 사업 구조의 한계를 탈피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눈치작전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비(非)은행 금융사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뜩이나 기준금리가 추락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와중, 마냥 현금으로 막대한 자산을 쥐고 있는 꼴이 되면서 자산운용 효율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국내 5대 금융그룹들이 현금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총 10조7781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3816억원) 대비 14.9%(1조3965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가장 적극적으로 현금을 끌어 모은 곳은 신한금융이었다. 신한금융의 현금 자산은 같은 기간 1조8275억원에서 2조4510억원으로 34.1%(6235억원)나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증가 금액은 물론 증가율로도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 중 가장 빠른 확장세다.

이어 KB금융 역시 2조3544억원에서 2조4129억원으로, 우리금융도 2조1079억원에서 2조2655억원으로 각각 2.5%(585억원)와 7.5%(1576억원)씩 현금 자산이 늘며 2조원 대를 유지했다. 이밖에 하나금융은 1조4529억원에서 25.9%(3759억원) 증가한 1조8288억원, 농협금융은 1조6389억원에서 11.0%(1810억원) 늘어난 1조8199억원의 현금 자산을 나타냈다.

금융그룹들이 현금 확보에 공을 들이고 것은 앞으로 이어질 M&A 경쟁에 대한 대비로 해석된다. 더 이상 은행의 대출을 통한 이자에 기댄 수익 구조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비은행 금융사 M&A를 둘러싼 금융그룹들 사이의 셈법은 점점 분주해지고 있다.

포문을 연 곳은 신한금융이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에만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자산신탁 인수에 2조5000억여원을 썼다. 여기에 더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게 주어지는 초대형 투자은행 사업권을 따기 위해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66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다른 금융그룹들도 속속 M&A 시장에 손을 내밀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손해보험에 비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생명보험 부문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보험업계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한 편이다. 올해 지주 체계로 재출범한 우리금융 역시 보험 사업을 채워 넣어야 하지만, 그에 앞서 비어 있는 증권사부터 메꿔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투자 측면에서 보면 이처럼 많은 자산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현실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만큼 투자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자산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자산운용 수익률에 마이너스 요소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부분 금융그룹들의 현금 및 예치금 부문 자산운용 수익률은 연 1%를 겨우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이자 마진을 대체할 투자 수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란 점은 금융그룹들의 어깨를 한층 무겁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를 넘어 제로금리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조만간 역대 첫 0%대 기준금리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에 국내 금융권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그 횟수가 한 차례일지 두 차례일지가 관심사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1.00%를 밑도는 한은 기준금리가 실현화할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금융 시장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현금 보유량 확대는 유동성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투자 수익률은 제한하는 요소"라며 "국내외 시장 금리가 낮아지면서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와중 과도한 현금 자산 확대는 자칫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