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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잔업 강요(당)하는 기아차


입력 2020.01.17 07:00 수정 2020.01.17 05:5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2017년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잔업수당 50% 올라 잔업 전면중단

파업 앞세운 노조 강요로 4월부터 잔업 복원…노조 월권 비판 목소리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기아차 소하리 공장.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기아차 소하리 공장.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정규 근무시간이 끝나고도 추가로 일하는 ‘잔업’을 강요한단다. 나라님이 백성들 일하는 시간 많다고 줄이라고 엄명을 내린 마당에 말이다.


아 이런, 강요의 주체를 말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잔업을 강요하는 쪽은 근로자다. 강요당하는 쪽이 회사라는 말이다.


기아자동차 노사는 지난 14일 2019년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해를 넘겨 다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도출한 합의안이다.


1차 잠정합의안 대비 2차 점정합의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잔업 관련 노사공동 TFT’ 구성이다. 구체적으로는 노사가 TFT를 꾸려 잔업 복원과 관련된 개선 방안을 3월 말까지 마련한 뒤 4월 1일부터 잔업을 재개한다는 내용이다. 기아차 노조(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이를 쟁취하기 위해 파업까지 벌였었다.


기아차는 지난 2017년 8월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매일 30분씩 하던 잔업을 그해 9월부터 중단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게 돼 있는 잔업수당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통상임금 1심 판결을 앞두고 “과거분(상여금 통상임금 인정시 늘어나는 수당 미지급분)보다 미래분(상여금 통상임금 인정에 따른 향후 수당 증가액)이 더 걱정”이라며 “자동차 산업 특성상 잔업이 많은데, 앞으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되면 현재보다 50% 이상 더 줘야 한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정규 근무시간 이후 추가로 편성되는 잔업의 시행 여부는 회사가 비용 대비 효과를 판단해 결정한다. 공장의 추가 가동이 필요할 정도로 생산 수요가 많더라도 수당 지급에 따른 비용 부담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잔업을 시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노조가 사측에 잔업을 강요하는 것은 월권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기아차는 잔업수당을 못 받으면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연봉이 짠 회사도 아니다.


반대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기아차가 생산 확대가 시급하다며 근로자들에게 원하지도 않는 잔업을 강요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기아차 노조는 물론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등 노동계, 정치권, 정부까지 모두 나서 압박과 제재를 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사측에 잔업 시행을 강요하는 지금 상황에는 다들 입을 다물고 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잔업 수당을 더 챙기려는 노조의 강요에 의해 비용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잔업을 억지로 시행해야 하는 기아차.


역시 지금의 대한민국은 ‘노조 공화국’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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