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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에도 신용대출 이자율 요지부동…'규제 역풍' 비판 고조


입력 2020.01.30 06:00 수정 2020.01.30 05:4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銀 가계 신용대출 금리 4.02%…3개월 만에 '일시정지'

"가계 빚 억제" 정부 정책에 은행들 이자율 인하 '부담'

국내 은행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까지 추락하면서 함께 하강 곡선을 그려 오던 국내 은행들의 가계 신용대출 이자율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빚을 잡으려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다방면으로 거세지면서 은행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금리를 통한 신용대출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혜택을 정부가 저해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자본 확충 난항으로 신규 대출이 중단된 케이뱅크를 제외한 국내 17개 은행들의 지난 달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4.02%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최대 3%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전북은행이 6.46%로 최고를 기록했고, 이어 한국씨티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이자율(5.20%)이 5%를 넘겼다. 이어 광주은행(4.65%)과 DGB대구은행(4.42%), KDB산업은행(4.39%), IBK기업은행(4.15%)등의 해당 금리가 4%대로 높은 편이었다. KEB하나은행(3.63%)·KB국민은행(3.49%)·신한은행(3.38%)·우리은행(3.32%)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3%대를 나타냈다.


이로써 지난해 9월부터 이어져 오던 가계 신용대출 이자율 내림세는 3개월 만에 멈추게 됐다. 이는 가계대출의 또 다른 핵심인 주택담보대출과 비교되는 추세다. 은행들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잣대가 되는 코픽스 지표들은 일제히 하락 중이다. 같은 기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63%에서 1.60%로, 잔액 기준 코픽스는 1.81%에서 1.78%로 각각 0.03%포인트씩 내렸다.


아울러 은행 신용대출 이자율의 일시정지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한은 기준금리와 다소 엇나간 흐름에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에서 만큼은 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약발이 사그라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래 없는 한은 기준금리 1.00%가 조만간 실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낮아진 기준금리에도 신용대출 이자율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 요인으로는 우선 은행들의 정책적 선택이 꼽힌다. 정부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상한선을 낮추는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꾸준히 강화하면서, 최근 모자란 집값을 신용대출로 메꾸려는 수요는 부쩍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대출 이자율을 더 낮출 경우 부작용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은행들이 금리를 붙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가계 신용대출 증가율은 주택담보대출을 상당 폭 웃돌고 있다.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들의 지난해 말 신용대출은 92조633억원으로 전년 말(84조8074억원)보다 8.6%(7조255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당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467조4411억원에서 498조3096억원으로 6.6%(30조8685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2%포인트 가량 높은 증가율이다.


이런 와중 금융당국이 사실상의 가계 빚 총량 조절까지 요구하고 나서면서, 은행들 입장에서는 신용대출 금리를 내리는데 부담이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에 맞춰 마냥 이자율을 내렸다가 신용대출 고객이 쏠릴 경우 자칫 뭇매를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들에게 가계 대출 증가율을 5%대 이내에서 관리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형 은행들이 이를 넘어서면서 올해 규제 강도가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4대 은행들의 연간 가계 대출 증가율은 ▲신한은행 9.0% ▲하나은행 7.8% ▲우리은행 5.6% ▲국민은행 4.7% 등으로 대부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인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간 만큼 싼 이자로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고객들로서는 생각처럼 떨어지지 않는 금리는 불만 요소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정책적 영향이 신용대출 이자율을 떠받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비대해진 가계 빚도 해결해야할 과제이지만,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장에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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