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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전략까지 태클?…금융당국 과잉 개입에 보험사도 불만


입력 2020.02.05 06:00 수정 2020.02.06 07:4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메리츠화재 종합검사서 금감원 무더기 경고…"사업비 과도"

세부 경영 방침에 문제 제기…시장 위축·부익부빈익빈 우려

금융당국이 메리츠화재의 공격적 영업 행보에 태클을 걸고 나섰다. 새로운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투입하는 사업비를 지나치게 불리면서 시장 전반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뉴시스 금융당국이 메리츠화재의 공격적 영업 행보에 태클을 걸고 나섰다. 새로운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투입하는 사업비를 지나치게 불리면서 시장 전반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뉴시스

금융당국이 메리츠화재의 공격적 영업 행보에 태클을 걸고 나섰다. 새로운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투입하는 사업비를 지나치게 불리면서 시장 전반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어려워지는 영업 환경 속 당국이 민간 금융사의 세부적인 경영 전략에까지 직접 손을 대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되면서 과잉 개입이라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런 행보가 자칫 보험업계의 부익부빈익빈 구도를 고착화시키며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메리츠화재에 5건의 경영유의사항과 14건의 개선사항을 전달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이를 통보 받은 곳은 정해진 기간 내에 문제가 된 내용들에 대한 개선·대응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 역시 부적정하다고 판단 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번 검사 결과는 금감원이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실시한 종합검사와 관련된 사전 행정지도 사항이다. 최종 제재 사항은 향후 별도 통보될 예정이다. 4년여 만에 종합검사를 재개한 금감원은 손보업계의 첫 대상으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하고,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금감원은 메리츠화재가 판매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와 인센티브 등 신계약비 지출을 늘려 보험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업비 지출과 장기보험 매출이 동시에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같은 매출 확대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성장을 이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손보사들 간 사업비 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결국 손보업계 전반의 사업비를 증가시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사업비로 쓴 금액은 1조681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929억원) 대비 30.1%(3890억원) 급증했다. 속도로 보다 액수로 보나 국내 15개 일반 종합 손보사들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 추세다. 또 손보업계 전체 사업비 지출이 같은 기간 11조3063억원에서 9.4%(1조591억원) 늘어난 12조3654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높은 증가율이다.


이에 힘입어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상품 매출은 금감원의 말대로 크게 확대됐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1~3분기 장기보험을 통해 거둬들인 원수보험료는 4조9504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1923억원) 대비 18.1%(7581억원)나 늘었다. 같은 기간 손보사 전체 장기보험 원수보험료가 37조7759억원에서 39조5808억원으로 4.8%(1조8049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이를 두고 금감원은 향후 예기치 못한 변화 등으로 특정 상품에서의 보험사 손실이 늘어날 경우 그 동안의 대량 판매가 오히려 회사의 손실과 재무 건전성 저하를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측면이 궁극적으로 보험료 인상이 되며 금융 소비자 전체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염려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이런 관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장기보험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경쟁에 어려움을 겪던 손보사들은 더욱 공감하는 모습이다. 메리츠화재에게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방어적 차원에서라도 사업비를 풀어야 했던 경쟁사들로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현실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판단을 두고 무리한 결정이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보험사의 영업 방식 자체에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어서다. 메리츠화재로서도 미래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린 청사진이고, 아직 실질적인 문제가 불거진 상황도 아닌데 미리부터 잠재적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앞서간 제재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다.


아울러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영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이 같은 금감원의 압박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2022년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이익 확대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배경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특정 업체가 눈에 띄게 영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나 민원이 크게 늘어났다면 과도한 사업비의 부작용을 짚어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지 사업비가 크게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를 삼는 것은 앞뒤가 바뀐 논리"라고 평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가 이대로 확정되면 다른 보험사들의 영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점유율 확대를 꾀하던 중소형사들에게 더욱 큰 악재로 작용하면서, 이미 충분한 사업비를 쓰고 있는 대형 보험사들의 시장 입지를 한층 굳히게 하는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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