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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진 리스크 이상의 효과"… 은행 특판상품의 경제학


입력 2020.02.07 06:00 수정 2020.02.06 21:47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딱 3일만 연 5%' 하나은행 적금에 136만2287명 몰려

저금리 속 고이율 고객 어필…은행 특판 이벤트 이어질 듯

지난해 이후 출시된 은행권 특판상품 현황. ⓒ데일리안 지난해 이후 출시된 은행권 특판상품 현황. ⓒ데일리안

최근 하나은행의 고금리 적금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가운데 초저금리 시대 '역마진 리스크'를 감수하며 등장하는 특판상품의 출시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신규 가입자 유치 등 상품을 내놓은 은행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실질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아 새로운 마케팅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이 예·적금 특판 이벤트로 거둔 실적은 기대를 웃돌았다. 우리은행이 1조원 한도로 지난달 2일 출시한 ‘우리고객님 고맙습니다’ 정기에금은 모두 완판돼 2만2000계좌가 개설됐다. 이 예금은 가입기간 2년 중 1년만 유지해도 2년 예금 금리에 해당되는 이자를 주도록 설계됐다.


하나은행의 특판 상품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했다. 지난 3일 사명 변경을 기념해 내놓은 연 5% 특판 적금 '하나 더 적금'에 가입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속이 지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흘 동안 판매된 이 상품은 136만2287계좌 판매고를 올렸다. 상품에 가입하고자 하는 고객들로 은행 영업점과 모바일뱅킹은 대기가 이어졌고, 3773억1672만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이 상품들은 다른 예·적금 상품에 비해 금리가 높다는 것 외에 소비자에게 큰 매력이 없다. '하나 더 적금'의 월 최대 납입한도 금액인 30만원을 1년간 납입할 시 소비자가 실제 쥘 수 있는 이자는 세금을 떼면 약 8만 2000원 정도다. 또 기준 금리는 3.56%로 최대 5%에 준하는 이자를 받기 위해선 온라인 채널에 가입해야 하고, 가입 3개월 뒤에 은행 입출금통장에 자동이체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리고객님 고맙습니다’ 예금의 경우 기본 금리는 1.5%다. 우대 금리인 0.40%를 더 받기 위해선 은행 거래 기간이 많아야 유리하고, 정기예금 가입 기록이 있어야 한다. 기존 거래 고겍에 혜택을 주는 상품이라 신규 고객은 큰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이번 특판의 흥행은 저금리로 인해 투자 부재가 이어지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비자가 예·적금으로 누릴 수 있는 금리 혜택이 극히 적은 상황이다. 지난해에만 국내는 기준금리가 두 차례 내려가면서 1.25%를 기록했다.


은행권이 과거처럼 특판 경쟁에 나서는 일이 적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으로 홍보 채널이 많아지고, 저금리가 지속돼 과거처럼 특판 경쟁에 열을 올리지 않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예금은 언제든 고객에게 내줘야 하는 부채 성격이 짙어 우대 혜택에 따른 각종 부수 거래를 요구하게 된다"며 "월급통장 유지 시 부대 거래가 많아지기 때문에 은행마다 관련 조건을 내거는 것"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KEB하나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사명을 바꾼 특수 상황에 따라 이번 상품을 내놨다. 해외 연계 금리 파생결합상품(DLF) 원금 손실 여파에 따라 은행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상황이라 이 같은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은행 1곳에서 6개월 동안 팔 예금을 한 번에 취급한 사례로 운용 자금 확대와 추가 고객 확보라는 이득을 얻게 됐다.


앞서 특판 대란을 일으켰던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객 유입 효과를 입증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1000만 가입자 달성을 기념해 5% 고금리 특판 예금을 내놨다. 이 상품은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됐는데, 판매가 시작된 지 1초 만에 100억원 한도가 완판돼 주목을 받았다. 1초간 개설된 계좌 수는 1383좌로 가입금액은 113억 2710만원이다. 이후 진행된 ‘26주 적금’ 이자 2배 보상 이벤트 또한 44만5000좌가 개설됐다.


이벤트가 끝난 후 카카오뱅크는 한 달에 한 번 앱에 접속한 사용자 수(MAU)가 확대되며 조사 은행권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7월 MAU는 609만1216명을 기록했다. 천만위크 직후 월 사용자와 일일 신규 설치 수 등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또한 특판 예금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오는 3월 중순 디지털뱅킹 전용 특판 예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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