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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칸의 여왕'도 아카데미 꿈꿔요"


입력 2020.02.13 08:50 수정 2020.02.13 08:51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서 연희 역

"배우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배우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연희 역을 맡았다.ⓒ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연희 역을 맡았다.ⓒ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저도 아카데미를 꿈꿉니다."


전도연(46)이 말했다.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칸의 여왕'도 들뜨며 웃음을 지었다. 배우라면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는 거다.


작품마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해온 전도연이 이번에는 매력적인 '악당'으로 돌아왔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2월 19일 개봉)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극이다.


전도연은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을 맡았다.


그는극 중반부터 등장해 극의 흐름을 완전히 바꾼다. 등장만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다 관객을 휘어잡는다.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신인 감독이 여러 인물을 담아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걱정이 많아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감독님이 자기만의 스타일로 잘 담아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는 코로나19(COVID-19) 탓에 개봉이 미뤄졌다. 배우는 "시사회 때 객석이 꽉 찼더라.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영화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사라진 연인 연희(전도연)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는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 태영(정우성),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가장 중만(배성우),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연희,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신현빈),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등이 그렇다.


배우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로 엮이는 구성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미란, 그리고 윤여정이 맡은 중만의 어머니 역할도 매력적이었다. "중만의 어머니는 진짜 치매에 걸렸는지 모르는 캐릭터죠. 미란요? 전도연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이죠. 안 하길 잘했습니다. 하하."


강한 캐릭터를 맡은 그는 대사 하나, 눈짓 하나만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중반 이전까지 흩어졌던 인물들은 전도연의 등장으로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연희가 워낙 강한 역할이라 힘을 빼려고 노력했죠. 강렬해서 부담스러웠고, 그 부담감을 줄이려고 신경 썼습니다. 연희는 한발 물러 나 있어도 연희였죠. 전도연이 처음부터 안 나와서 좋았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이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죠.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정우성과는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배우는 "태영과 연희의 관계가 재밌었다"며 "태영이가 영화에서 블랙 코미디적인 역할을 한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태영이가 연희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배우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연희 역을 맡았다.ⓒ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연희 역을 맡았다.ⓒ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전도연은 '팜므파탈' 연기에 능하다. '무뢰한' 김남길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 나온 정우성도 전도연을 사랑한다. 비결은 무엇일까. 배우는 쑥스러워하며 두 볼을 감쌌다. 이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비결"이라며 "선입견을 갖지 않고 상대방을 대한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신현빈, 정가람 등 후배들과 호흡했다. 신현빈은 전도연을 따라 머리를 짧게 잘랐다. "신현빈 씨는 '변산' 때 잘 봐서 궁금했어요. 현빈 씨가 저를 따라 머리를 자르는 걸 보고 준비된 친구라고 생각했죠. 현빈 씨가 참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긍정적인 부담을 느끼며 미란이를 연기했을 겁니다."


영화는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Special Jury Award)을 수상했다. 또 오는 3월 20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34회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배우는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전도연이라는 이름값 때문이었다. 그는 "너무 축하할 일"이라며 "일단은 흥행이 잘 됐으면 한다"고 미소 지었다.


남성 배우들이 판치는 영화에도 전도연이 나오면 그 작품은 '전도연의 작품'이 된다. 지난해 흥행한 '백두산'에서도 그랬다.


전도연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출연했다. 현장에서 품었던 우려는 직접 영화를 본 후 사라졌다. "제가 봐도 자연스러웠어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


전도연이 나오면 사실 전도연만 보인다. 이에 대한 전도연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가장 큰 장점은 가장 큰 단점이 될 수 있단다.


배우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연희 역을 맡았다.ⓒ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연희 역을 맡았다.ⓒ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백두산'을 통해 전도연은 '흥행작'을 남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100만이 계속 넘어가는 경험을 처음 해봤다.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흥행이 되더라고요. 올해도 하고 싶어요(웃음)."


'칸의 여왕' 수식어는 너무 큰 영광이자 부담이다.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단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무게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그래도 이번 작품은 즐기면서 촬영했다.


전도연에게도 절박한 순간이 있을까. "누구나 힘든 상황을 피하고 싶죠. 힘든 영화를 피하고도 싶고,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영화를 하길 원해요. 하지만 전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면 지나치지 않아요. 능동적으로 사는 편이죠."


작품 속 전도연은 무거운 이미지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로망이 있다.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전도연도 풀어지면 잘 한단다.


자신이 나온 영화를 보느냐는 질문에는 쑥스러워 하면서 입을 뗐다. "'접속'을 보니 정말 아기였더라고요. '밀양'은 힘든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재밌더라고요. 송강호 씨 덕분이죠."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의 가능성도 더 넓어졌다. '칸의 여왕'인 그도 아카데미를 꿈꿀 법하다. "모든 영화인이 그렇지 않을까요? '축하'라는 단어를 써도 부족한 역사적인 순간이죠. 저도 (아카데미 수상을) 꿈꾸죠. 꿈을 이루는 과정이 보람되잖아요.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은 '일'이에요. 영화도, 드라마도 많이 찍고 싶어요."


연기 잘하는 전도연은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계속 보고 싶고, 항상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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