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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 손태승 회장과 '동행지수'에 쏠리는 눈


입력 2020.02.12 06:00 수정 2020.02.12 08:4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주 출범 후 첫 행장…다크호스서 최종 승자로 '역전극'

그룹 수장과 호흡 관건…DLF·라임 사태 극복 '당면 과제'

권광석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데일리안 권광석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데일리안

우리은행을 이끌어 갈 새 수장으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가 내정된 가운데 과거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당초 최종 3인의 후보들 중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되던 권 내정자가 손 회장의 복심으로 여겨지던 경쟁자를 물리치고 막판 역전에 성공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한층 짙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손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으며 연임 위기에 놓인 와중 권 내정자가 한 배를 타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둘 사이의 행보를 둘러싼 금융권의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12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그룹임원추천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권 대표와 김정기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이사 등 세 명의 차기 우리은행장 숏리스트 중 권 대표를 최종 단독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같은 권 대표의 행장 발탁은 예상을 뒤엎는 역전극으로 평가된다. 이번 임추위를 앞두고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김 집행부행장이 가장 유력한 행장 후보로 꼽혀 왔다. 그런데 원래 지난 달 말 결론을 내기로 했던 임추위가 판단을 미루면서 반전 흐름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김 집행부행장의 최대 대항마였던 권 대표가 승기를 거머쥔 모양새다.


권 내정자에게 내부에서는 물론 금융권 전체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우선 우리금융이 지주로 시스템을 개편한 이후 처음으로 선임되는 우리은행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월 우리은행에서 지주로 지배구조를 전환한 후 손 회장이 행장 직을 겸직해 왔다. 그리고 최근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 직을 분리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행장 선정 절차가 진행됐다.


아울러 권 내정자가 손 회장과 달리 상업은행 출신이란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과거부터 우리은행장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아왔는데, 손 회장이 한일은행 출신인 만큼 은행장에는 상업은행 인사로 균형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권 내정자와 손 회장의 사이가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017년 말까지 우리은행에서 IB그룹장을 맡고 있던 권 내정자는 손 회장의 우리은행장 선임을 기점으로 계열사인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기억을 갖고 있다. 아울러 기존 후보들 가운데 손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김 집행부행장이 낙마한 것도 민감한 변화로 여겨진다. 손 회장 입장에서는 권 내정자의 발탁이 원하던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여건 상 새 우리은행장의 향후 행보에 있어 손 회장과의 관계는 안팎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직 지주 체제로 출범한지 채 1년이 안 된 만큼 우리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대부분은 아직 은행에 쏠려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그룹 회장과 은행장 사이에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평이다.


여기에 최근 손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연임이 불가한 중징계를 받게 되면서 이번 우리은행장 선정은 한층 주목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3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책임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이처럼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원칙적으로 연임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금융 이사회가 최근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가 나올 때까지 손 회장 체제를 지속하기로 결정, 사실상 연임 강행 의지를 밝히며 금융당국과 맞서는 형국이 됐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일찌감치 손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단독 추천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최악의 경우 소송전을 벌이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어수선한 와중이긴 하지만 어째든 신임 우리은행장이 결정되면서, 이제 시선은 앞으로의 청사진에 쏠린다. 가장 큰 숙제는 역시 DLF 쇼크와 라임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을 어떻게 최대한 빨리 정상화할 수 있느냐다.


우선 논란이 된 DLF는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 채권 금리와 연계된 상품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들 국가의 채권 금리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특히 해당 상품을 비교적 많이 팔았던 것으로 드러난 우리은행은 홍역을 치렀다. 이에 최근 우리은행은 불완전판매로 확정된 피해자 3명에 대해 우선 배상을 끝냈고, 나머지 고객들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는 대로 즉시 배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설 연휴 전부터 합의를 진행해 지금까지 관련 고객들 중 3분의 2 가까이가 배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익률 조작과 폰지 사기 등이 뒤엉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중 3분의 1 가량을 시중은행이 팔았는데 우리은행 판매 잔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라임 사태는 우리은행을 포함한 16개 금융사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진행하고 있는 실사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확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룹 회장과 은행장 자리가 분리되면서 손 회장은 지주에 걸 맞는 수익 구조를 갖추기 위한 비은행 확대에, 신임 은행장은 전통적인 은행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DLF와 라임 사태로 크게 훼손된 신뢰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새 은행장의 첫 숙제"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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