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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덮친 위기감…비상경영 넘어 위기경영체제 돌입


입력 2020.02.12 15:48 수정 2020.02.12 17:29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中 노선 잇따라 중단

제주항공, 경영진 임금 반납-무급휴가 확대로 공식화

직원 휴직·휴가 확대에 항공기 대체 투입 자구책 골몰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산으로 중국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중단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산으로 중국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중단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항공업계가 비상경영을 넘어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산으로 중국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중단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임금 반납과 무급휴가 확대 등으로 위기 극복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은 12일 임원급 이상 경영진들이 임금 30% 이상을 반납하고 무급휴가 제도도 전 직원으로 확대하는 등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사내메일을 통해 “위기대응을 위해 경영진이 먼저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할 것”이라며 “제주항공 인사원칙인 고용안정성을 유지시키면서 금번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기존 승무원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급휴가제도를 전직원 대상으로 확대한다”며 임직원들의 협조를 구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 이뤄지는 임금 반납은 임원급 인사들이 대상으로 전체 약 15~20명 정도 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최소 30% 이상으로 직급에 따라 차등 반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무급휴가제도 전직원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는 신청자에 한해 3~6월 사이 15일 이상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근무시간 단축 조정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미 지난달 운항·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종전의 5∼10일짜리 연차에 무급휴가 등을 합해 최대 1개월까지 쉴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러한 위기 경영 돌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운항 중단 노선이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제주항공은 내달 1일부터 중국 12개 노선(동계 운휴 노선 5개 제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앞서 이달부터 7개 중국 노선에 대해 운항을 중단한 상태였는데 이같은 조치가 확대된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안전 확보와 사태 확산 방지를 위해 당분간 중국 노선을 운항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중국 노선은 제주항공이 운항하고 있는 총 88개(국내선 포함) 노선 중 약 2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취항지 기준으로도 10개로 가장 많다.


제주항공에 이어 다른 LCC들도 비상경영을 넘어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며 수익성 방어를 위한 비용 절감 노력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중국 노선 운항을 가장 먼저 중단했던 에어서울은 오는 5월까지 희망자에 한해 단기휴직을 접수받고 있다. 휴직 기간은 2주∼3개월 내에서 본인이 정할 수 있게 했다. 티웨이항공도 오는 19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휴직을 받아 3월 한 달 내에서 임의로 휴직 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타항공도 최소 15일에서 최대 3개월까지 무급휴직제도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 인식은 이제 대형항공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 감편에 따른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이달 15일부터 29일까지 국내 정규직 캐빈(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회사측은 3월에도 희망휴직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본사 영업 등 일반직 직원에게 최소 15일에서 최대 2년의 무급휴직을 필수적으로 신청하도록 해 올해 4월까지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조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중국 본토 노선 26개 중 김포∼베이징을 비롯한 12개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인천∼광저우 등 12개 노선의 운항은 감편하기로 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19%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높다.


대한항공도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3월 한달간 연차 휴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잔여 연차 휴가가 21일 이상 남은 객실 승무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신청을 받은 뒤 300명을 선정해 1개월간의 휴가를 줄 계획이다.


항공업계는 앞으로도 운휴 노선 확대 등으로 위기경영체제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비용절감 노력 강도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익성 제고, 기단규모의 조절, 투자 우선순위 재설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 운휴와 감편 등으로 남는 기재들을 동남아 등 다른 노선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중국을 넘어 중화권과 동남아 국가들도 예약 취소 등으로 인해 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12일부터 홍콩·마카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오염지역'으로 지정해 검역을 강화했다 또 중국 외 '제 3국'을 통한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싱가포르·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대만 등 6개 국가로의 여행이나 방문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항공편을 추가 투입한다고 해도 여행수요가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어떤 해법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만히 있다가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데 자구책으로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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