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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도 스·팩] 용광로가 AI를 입다…혁신 비추는 포스코 등대공장

  • [데일리안] 입력 2020.02.24 06:00
  • 수정 2020.02.23 22:23
  • 포항 =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이후 스마트 고로 작업 착수…4년 노력 끝에 AI용광로 탄생

온도와 시간 예측 가능한 PTX 도입으로 최적의 용강 생산…50년 노하우의 결집

제조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품질·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을 말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스마트팩토리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공로를 인정 받아 '등대공장'에 선정됐으며 현대제철은 스마트엔터프라이즈 도약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스마트 팩토리 현장을 직접 찾아 미래 철강산업을 움직일 최신 기술들을 두루 살펴봤다. <편집자주>


포항제철소 전경ⓒ포스코포항제철소 전경ⓒ포스코

철에 4차산업혁명 기술을 입힌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가 활용하는 자동차, 항만 등에 적용한다면 모를까 이들 제품의 뼈대 역할을 하는 철을 AI(인공지능) 기술로 생산한다는 것은 거리가 멀어보였다.


포스코의 생각은 달랐다. 제철소의 심장에 해당하는 용광로(고로)에 AI 기술을 입혀 '스마트 고로'를 탄생시킨 것이다. 스마트 고로는 말 그대로 고로의 상태를 자동으로 제어해 쇳물(용선)의 온도 편차를 줄임으로써 획기적인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용광로라니…. 이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포스코의 노력은 집요하리만큼 꾸준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해 2016년부터 4년간 321건의 과제를 수행했고 그 결과 252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포스코는 지난해 7월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기자는 20일 오후 AI용광로가 24시간 끓고 있는 포항제철소 제 2고로를 찾아갔다.


50년 노하우에 AI 입히자 세계 최초의 스마트 용광로 탄생


여의도의 3배 크기인 포항제철소에서 고로를 찾으려면 자동차로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멀리서 '하울의 성'처럼 생긴 우뚝 솟은 고로 상단부가 보이고 좀 더 들어가자 이내 1, 2, 3고로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시선을 사로잡는 열차인 토페도카(TLC)는 쇳물을 운반하기 위해 끊임없이 선로 위를 달린다.


"이세돌과 알파고 바둑대결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선국 포항제철소 제선부 1제선공장 과장의 설명이다. 2016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람과 컴퓨터 프로그램의 대결은 포스코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포항 2고로 전경ⓒ포스코포항 2고로 전경ⓒ포스코

당시 제선부장이던 이희근 포항제철소 선강부소장을 필두로 제선 엔지니어와 기술연구원, 최재식 카이스트 교수 등 학계가 모여 스마트 용광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어떤 데이터는 초 단위, 다른 것은 시간에 한 번 정도로 측정하고 있어 데이터간 레벨이 맞지 않았다. 이를 표준화하기 위한 데이터 작업이 필요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2년이 걸린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작업이 끝나자 이번엔 이들 데이터를 AI에 접목시키는 스마타이제이션(Smartiztion) 과정을 1년 반 가량 진행한 결과, 우리가 말하는 스마트 고로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구체적으로 개선된 것일까? 우선 고로의 상태를 말하는 노황을 사람 대신 AI기술이 알아서 제어하게 되면서 조업 문제가 줄어들었다. 특히 연료를 적게 쓰더라도 고품질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됐는데 구체적으로 쇳물 1t당 연료투입량이 4kg 감소해 일일 생산량이 240t 가량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연간으로는 8만6400t. 중형 승용차를 1년에 8만5000대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날 제선부 통합운전실은 보지 못했다. 신종코로나 감염증 여파로 관계자 외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운전실에서는 스마트 고로 이전에는 가능하지 못했던 영상, 사진 등의 데이터화가 가능해지면서 실시간으로 쇳물 배출이나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로 출선ⓒ포스코고로 출선ⓒ포스코

아쉬운대로 출선중인 쇳물을 지켜봤다. 용광로 안에서 만들어진 쇳물은 고로 하단에서 밖으로 배출되는 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주황·노랑색의 쇳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쇳물은 토페도카에 담겨 제강부로 이동하게 된다.


최적의 용강은 온도·시간·성분으로 결정된다…PTX로 현실화에 성공한 포항제철소


AI용광로에서 뿜어낸 쇳물에 첨가물을 더해 고체 형태의 반제품인 슬래브, 빌렛, 블룸 등을 만드는 제강부에서는 각 공정을 열차역처럼 나눠 처음 전로공정부터 마지막 주조공정까지 제 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하는 PTX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PTX는 KTX처럼 서울역-천안아산역-대전역-포항역처럼 정시에 기차가 도착해 정해진 숫자의 사람을 태우고 내리도록 하는 구조와 흡사하다.


제강부에서는 받아온 용선에 산소를 불어넣어 탄소, 인 등의 불순물을 없애 깨끗한 상태의 용강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려면 온도, 시간, 성분 이 세가지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야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쇳물 온도를 맞추지 못하면 다시 열을 가해야 하고, 공정간에 시간이 틀어지면 그만큼 착오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원가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품질 역시 떨어지게 된다.


그간 이 작업을 취련사인 전문가에게 맡겨왔지만 사람 마다 의견이 다르다 보니 어떤 것이 최적의 값인지 알지 못했다. 또 수 년 전에 생산한 강종 주문이 생기면 기억 해내기 힘들기 때문에 즉각적인 작업이 힘들다. 이런 편차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강부는 2014년부터 각 공정별 자동화 시스템인 PTX 구축에 공을 들였고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제강공장 전로 조업ⓒ포스코제강공장 전로 조업ⓒ포스코

"스마트기법이 발달하고 분석기법이 간소화되면서 2000개 강종의 각 조업조건에 대한 데이터화가 가능해졌다." 김용태 제강부 제강기술개발섹션 과장은 PTX 시스템 도입 이후 온도가 약 10도 떨어질 만큼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PTX는 온도, 주원료, 성분 등 다양한 조건에 대한 실시간 AI 학습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시작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시간 예측이 가능하다. 제강원료 사용량은 전 보다 60% 감소했고 조업 처리시간은 0.8분 단축됐다. 이런 효과로 포스코는 최근 1년간 약 100억원의 달하는 원가절감을 달성했다.


제강 첫 단계인 전로 공정을 보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쇳물을 담은 320t짜리의 바구니 모양의 래들이 전로에 쇳물을 붓는 작업으로, 하루 25번 거대한 크레인이 래들을 움직인다.


이 광경은 멀리서 봐도 대단했다. 먼저 쇳물을 가득 실은 래들이 크레인을 타고 전로에 도달한다. 뒤의 고리가 래들을 들어올려 전로 안으로 쇳물을 떨어뜨린다. 1500도 가량의 뜨거운 쇳물이 안으로 떨어지자 화학반응이 일어나며 화염이 치솟는다. 종합운전실에서는 이 상황에 대한 전 과정을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제강의 목적은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슬래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낭비가 발생하면 안된다. PTX는 최적의 온도와 시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의 니즈 전체를 관통하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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