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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도 스·팩] "포스코 PTX 모델링이 스틸챌린지 우승 비결"


입력 2020.02.24 06:00 수정 2020.02.23 22:23        포항 =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김용태 제강부 과장 인터뷰, 세계 스틸챌린지서 포스코 12년 만에 우승 쾌거

매년 2개월씩 10년간 꾸준히 공부…"PTX 모델링으로 안전 리스크 최소화 노력"

김용태 포항제철소 제강부 과장이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포스코 김용태 포항제철소 제강부 과장이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포스코

"노가다(막노동) 였어요."


지난해 4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스틸챌린지(제강공정경진대회)에서 우승한 김용태 제강부에게 비결을 묻자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스틸챌린지는 세계철강협회가 전 세계 철강 엔지니어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철강 제조 시뮬레이션 경진대회로 2005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세계 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는 쾌거를 거뒀다.


스틸챌린지에선 대회 2시간 동안 최저의 비용으로 철강을 제조하는 것이 관건이다. 포스코 PTX 시스템처럼 낮은 비용으로 온도와 시간, 성분을 최적화해 고품위 제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


지난해 대회 주제는 '제강공정의 전로 및 2차정련'으로, 합금철이 다량 투입되는 빌렛을 제조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적은 비용으로 좋은 품질의 빌렛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계산 싸움인 것이다.


김 과장은 어떻게 결과값이 산출되는지 직접 보여줬다. "용선(쇳물) 온도에 부원료를 어떻게 쓰겠다고 수치를 설정하면 t당 가격이 나옵니다. 산소를 주입하면 카본의 농도도 나오는데, 이때 온도를 낮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제강 이론은 대회와 실전 모두 동일하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시간 오차를 줄여야 한다. 고품질을 위한 성분 설계도 중요하다. 제강 이론을 대회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결과물에 따라 실력이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김 과장은 10분 만에 경쟁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뒤 대회 종료시까지 줄곧 1위를 유지했다. 쉽지 않은 대회에서 어떻게 우승을 거머쥐었을까?


"사실 2010년도에 국내 챔피언이 되고 나서 세계 대회 관문인 아시아 대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쉽게 생각했던거죠. 이후 몇 번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10년이 걸렸습니다."


수치가 곧 승부인만큼 김 과장은 보다 정교한 계산에 매달렸다. 매년 대회를 앞두고 2달씩 공부했다. 주말에 공부할 때는 카페에 앉아 3시간씩 수 많은 시스템 예측모델을 만들었다. 데이터화는 모두 수작업이었다.


이를 반복하다 보니 말 그대로 막노동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 문제가 바뀌더라도 최적의 값을 도출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눈물 나는 노력 끝에 그는 2018년 아시아 챔피언, 2019년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포항제철소 제강부 직원이 PTX 상황판을 보며 조업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강부 직원이 PTX 상황판을 보며 조업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포스코

세계 대회를 앞두고 긴장하던 그에게 최정우 회장의 격려는 큰 도움이었다. 마침 최 회장은 세계철강협회 정기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었고 경기 시작전 그를 찾아와 격려했다. "(최 회장이) '인물 좋네, 잘하겠네'라고 웃으면서 가시더라구요. 포스코를 대표해 오다 보니 부담이 됐는데 웃으면서 격려해주시니 자신감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PTX 모델링과 스틸 챌린지 시뮬레이터 모두 비슷한 업무이다 보니 윈윈(win-win)한 효과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현재 PTX 모델링 업무를 하고 있는데 스틸챌린지 시뮬레이터도 같은 조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똑같이 모델링하며 틈틈히 공부했습니다. 결국 PTX 시스템을 만든 것이 저에게 윈윈이 된 셈이죠."


스틸챌린지 이후 업무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90점으로 만족했다고 보면 대회 후엔 한 가지 업무를 하더라도 100점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알지 못한 부분도 배우게 되면서 또 다른 흥미를 느끼는 중입니다."


앞으로 김 과장은 PTX 시스템이 물리적인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PTX는 제 시간에 도착하는 열차처럼, 전로공정부터 마지막 주조공정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 과정에서 온도, 주원료, 성분 등 다양한 조건에 대한 실시간 AI 학습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앞으로는 이 작업을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다.


"지금까지의 PTX 모델링은 소프트웨어적인 모델링입니다. 전로에 용선을 붓는 작업은 사실 많이 위험합니다. 이런 작업을 포함해 제철소 안 공정간 위험한 작업이 많습니다.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활용해 물리적으로 안전화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입니다."


"계속 고민을 한다면 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는 자신의 신념 대로 '안전'을 화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가 이번엔 어떤 해법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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