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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책실패 논란’사모펀드…‘교각살우’ 지양해야


입력 2020.02.24 07:00 수정 2020.02.24 08:24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DLF-라임 등 잇단 대형사고에 금융당국·플레이어들 “네 탓” 공방

단호한 대책 마련 필요하나 규제 강화 속 ‘파생시장’ 되풀이 말아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라임사태는 정책실패가 부른 참사, 금융당국이 책임져야 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라임사태는 정책실패가 부른 참사, 금융당국이 책임져야 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사모펀드를 둘러싼 금융권 내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들은 일선 금융회사를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고 금감원은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해 3월 초 사실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번 사태의 발단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에 대해서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역시 라임사태와 DLF 등 잇따라 불거진 대형 금융사고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정무위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규제를 풀다 보면 항상 부작용이 있다”고 ‘섣부른 규제 완화’에 대해 해명했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자칫 서두르면 펀드런 같은 시스템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신중하게 대응했다”며 ‘늑장대응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시민단체 등은 금융위의 사모펀드 규제완화책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국이 초대형투자은행 육성책의 일환으로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금융권 먹이사슬이 한층 공고해졌고, 그 결과 증권사들이 고위험 상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성과지표(KPI)를 통해 금융권 종사자들에게 묻지마식 영업행위를 종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놓고 감독까지 소홀했다”며 논평을 내기도 했다.


정부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서며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이를 놓고도 뒷말이 적지 않다. 국회 정무위원들은 상시감시시스템의 실효성 있는 작동, 금융회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 필요성을 천명했고 노조는 한 발 더 나아가 불완전판매를 촉발시키는 은행 내 펀드, 보험 판매 일체를 금지하고 또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첨언이 난무하는 가운데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땅에 떨어졌고 금융당국은 또다시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됐다. 현재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향후 이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강도와 방향의 정책 구상에 나설 것이냐 하는 것이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사모펀드의 본질을 지키는 가운데 단호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핀셋규제에 대한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이번 사태의 핵심을 짚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 어린 시선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규제 완화 취지로 느슨했던 제도 전반을 다시 한번 살피고, 금융사고를 유발한 플레이어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금융시장 작동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처벌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식 처방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와 같이 사모펀드가 창업 생태계에 중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민간 모험자본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내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5.9% 증가한 416조4000억원으로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예전에도 이같은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한때 세계 1위를 달렸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지난 2011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 과열과 개인 손실을 이유로 도입한 설익은 규제가 발단이 돼 개인과 기관이 떠나고 외국인들의 놀이터가 되는 등 과거의 영광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8년 만인 지난해 5월 다시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안‘을 내놓으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 속 시장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같은 우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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