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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쌍용차 '脫 민주노총 시대' 끝나고 '분란의 시대'로?


입력 2020.02.26 13:30 수정 2020.02.26 22:4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옥쇄파업 주도한 해고복직자들, 자구안 문제 제기

위기 상황 속 강성노조 들어서면 '어게인 2009'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는 현재 주어진 여건만 놓고 보면 국내 완성차 5사 중 가장 암울한 처지에 놓여 있다. 현대·기아차처럼 본사가 국내에 있는 대기업도 아니고 한국GM이나 르노삼성처럼 수출 물량을 책임져 줄 강한 브랜드파워를 가진 모기업도 없다.


그럼에도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쌍용차를 부러워하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10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로 대변되는 협력적 노사관계다.


경쟁사들은 매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나 임금협상(임협) 때문에 노조와 줄다리기를 하느라 불필요한 소모전을 겪고, 파업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쌍용차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웠다.


매년 내놓을 수 있는 신차가 기껏해야 한 차종이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해 수익성 확보도 쉽지 않음에도 불구, 쌍용차는 ‘협력적 노사관계’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기에 국내 완성차 판매 3위에 오를 수 있었다.


쌍용차가 적자 누적에 따른 자금난으로 위기에 처하자 이런 협력적 노사관계는 더욱 빛을 발했다. 각종 복지 중단 및 축소는 물론, 전직원 임금 및 상여금 반납 등 고강도 경영 쇄신책을 노조가 대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쌍용차는 대주주 마힌드라에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조만간 각종 지원책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에 ‘협력적 노사관계’가 뿌리내린 배경은 ‘탈(脫) 민주노총’이다. 지금의 쌍용차 대표노조는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다. 금속노조와 같은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은 대표노조가 금속노조의 해당 기업 지부고, 르노삼성은 기업별 노조지만 금속노조 출신 위원장이 장악한 채 금속노조 가입을 꾀하고 있다. 완성차 5사 중 강성으로 이름을 떨쳐온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사실상의 유일한 기업이 쌍용차인 것이다.


하지만 ‘탈 민주노총’의 시대가 언제까지고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2009년 이른바 ‘쌍용차 사태’ 당시 옥쇄파업을 이끌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핵심 지휘부가 오는 5월부터 쌍용차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물론 10년간 회사 밖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이들의 복직은 환영하고 축하할 만한 일이다. 이들이 쌍용차를 다시 ‘민주노총의 시대’로 이끌어 종국에는 ‘어게인(Again) 2009’로 몰아넣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이 쌍용차에 합류한 뒤 기존 노사화합 분위기에 순응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으로 100%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을 포함한 쌍용차 마지막 해고자 46명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회사의 복직 결정을 수용하겠다면서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투자와 경영에는 소홀한 채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46명 전체가 현장으로 들어가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위기 속 생존을 위해 노사가 함께 마련한 자구계획을 뒤엎기 위해 쌍용차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려가 틀린 것이길 바란다. ‘투쟁의 상징’으로 불려온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일원이라는 자존심으로 엄포 한 번 놓고 만 것이길 바란다.


우리 경제는 대규모 사업장 하나가 또 다시 무너지는 충격을 감당하기엔 너무 쇠약해졌고, 우리 국민들은 혈세를 쏟아 부어 무너진 회사 근로자들의 생계를 책임지라는 어리광을 듣기엔 너무 지쳐 있다. 10년간 장외 투쟁을 해온 누군가에게는 바깥 생활이 익숙한 것일지 몰라도 안에 있던 3000여명의 근로자들까지 밖으로 내모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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