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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신천지의 말을 믿자고 할 것인가


입력 2020.02.28 08:20 수정 2020.02.28 16:45        하재근 문화평론가 ()

신천지가 주는 정보만 믿고 그것만 바라봐서는 안돼

신천지 의혹에 지자체 이상의 공권력의 개입 고려해야

신천지 대구 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서대문시온교회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방역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천지 대구 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서대문시온교회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방역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신천지에 대해 압수수색이든 뭐든 강제력을 발동해서라도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을 때, 신천지가 피해자라며 옹호하는 여론이 있었다. 독설로 유명한 진중권 씨조차도 신천지가 피해자라고 했다.


그때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아직까지 신천지를 두둔하는 여론이 존재하는 것은 더욱 황당하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강제로 신천지 리스트를 확보했다고 하자, 일부 TV뉴스 대담에서 거기에 대한 비난이 나왔다. 신천지가, 이만희 총회장이 협조한다고 했고 신도 명단도 넘긴다고 했으면 협조를 받으면 될 일을 왜 강제력을 발동했느냐는 논리다. 어차피 신천지가 협조할 것을 이재명 지사가 나서서 쇼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정상적으로 협조 받아도 별로 늦어질 일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마디로 신천지가 협조한다는 말을 믿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아직도 신천지의 말을 믿자는 주장이 나오는지 의아하다. 27일에 경기도 과천에 있는 신천지 전도 합숙시설에서 교육생 2명이 확진됐다. 이중 한 명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일했다. 이 시설에서 합숙했던 확진자가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설은 애초에 신천지가 공개한 목록에 없었다고 보도됐다. 그렇다면 신천지가 알리지 않은 곳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신천지가 공개한 시설 목록을 믿기 힘들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왔고, 이렇게 확인까지 된 것이다. 이런데도 어떻게 신천지가 주는 정보를 믿고 그것만 바라보자는 주장이 등장한단 말인가?


신천지가 공개한 신도 명단에도 의혹이 있다. 23일에 신천지 측은 신도가 24만 5000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25일에 제공한 명단은 21만 2324명이다. 명단 축소 의혹이 나오자 해외 신도를 추가했는데, 해외 활동에선 우한 활동의 실체에 대해 아직도 의혹이 제기된다. 현재 신천지 명단을 강제로 확보한 곳은 경기도뿐인데, 신천지가 제공한 경기도 지역 명단보다 경기도가 확보한 명단이 1974명 더 많다고 한다. 이것도 명단 축소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앞에서 소개한 과천 합숙소 확진자는 교육생이다. 신천지 조사할 때 신도 명단뿐만 아니라 교육생, 즉 전도대상자의 명단도 필요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신천지는 신도 명단을 뒤늦게 제공하면서도 교육생 명단은 뺐다. 감염병 조사라면 접촉자를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인데 중요한 축을 빼버린 것이다. 정부가 요청하자 그제서야 교육생 명단을 제공했다. 이렇게 비협조적인 집단을 믿고 기다렸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재명 지사가 강제력을 발동한 이유에 대해 이미 밝혔다. 신천지가 2월 16일 과천예배 참석자로 1차 공개한 수치가 1920명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추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한시가 급한 경기도는 강제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확인 결과 실제 참석자는 9930명으로 나타났다. 한시가 급한 이유는 수도권 대감염 사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천예배 참석자들에 대해 바로 조사에 돌입했는데 27일 현재 확진자 4명, 유증상자 215명이 나왔다. 4890명만 조사해서 나온 결과다. 과천 예배 참석자 중엔 서울 시민도 많았다. 시기를 놓치면 수도권이 패닉에 빠질 수 있었다. 한가롭게 신천지 믿고 시간을 지체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재명 지사는 대구 예배에 참석한 경기도민을 신천지가 20명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자체 조사하니 35명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천지를 불신하게 됐고 결국 강제력 발동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에선 경찰관들이 휴대폰 끄고 칩거한 신천지 교인을 이틀간 잠복으로 찾아내 검진 받게 했다. 확진이 나왔다. 한 매체는 신천지 측 인사가 대화방에서 신도들에게 신용카드를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동선을 숨기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한 신도가 "800여 명의 형제∙자매들께서도 정부의 전화를 받지 않고 버텨주시고 있다. 저만 보건소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닐지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이런 보도들이 나오는 한 의심과 혼란, 공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신천지 관련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알아내야 한다. 신천지 의혹이 계속된다면 지자체 이상의 공권력, 즉 수사기관의 개입도 고려해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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