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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뷰] 편견과 비극, 모두가 공감할 '마리 퀴리'의 삶


입력 2020.02.28 14:42 수정 2020.02.28 14:43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위대한 과학자 마리 퀴리의 성장과 극복

감성 연기로 만들어낸 여성 중심 서사극

뮤지컬 '마리 퀴리' 페어 컷. ⓒ 라이브(주) 뮤지컬 '마리 퀴리' 페어 컷. ⓒ 라이브(주)

뮤지컬 '마리 퀴리'는 노벨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여성, 이민자라는 사회적 편견과 당당히 마주한 여성 과학자의 성장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의 삶을 지배한 편견과 배신, 도전과 좌절, 성공과 비극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마주한 관객들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나온, 진심이 담긴 기립박수를 무대를 향해 보냈다. 물론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매끄럽게 전달할 수 있었던 건 김태형 연출의 탁월한 연출력과 상상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이번 공연은 초연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극 중 인물 관계에 변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축을 담당했던 마리 퀴리와 안느의 서사가 대폭 보강돼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다. 첫 만남부터 갈등에 직면하기까지의 서사를 깊이 있게 담아내 여성이 극의 중심이 되어 서사를 이끌어 가는 여성 서사극으로 재탄생시켰다.


마리 퀴리뿐만 아니라 그녀의 남편이자 동반자인 피에르 퀴리와 라듐의 산업화로 그 유해성에 무방비로 노출된 직공들을 일컫는 라듐 걸스에 대한 이야기도 심도 있게 담아냈다.


음악과 무대, 조명, 소품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다. 추가된 넘버들은 촘촘해진 서사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담아냈다. 각 캐릭터의 개성에 디테일을 더한 의상, 고증을 통해 만들어진 소품 등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키보드,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퍼커션으로 구성된 5인조 라이브 밴드의 풍성한 사운드는 극장을 가득 채우며 관객의 귀를 매료시킨다. 원소 주기율표와 라듐, 폴로늄의 원소 기호로 디자인한 감각적인 조명을 비롯해 영상처럼 착시를 일으키는 조명디자인도 볼거리다.


뮤지컬 '마리 퀴리' 페어 컷. ⓒ 라이브(주) 뮤지컬 '마리 퀴리' 페어 컷. ⓒ 라이브(주)

무엇보다 배우들의 섬세하고 탄탄한 연기와 가창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리 퀴리로는 리사, 김소향, 정인지가 무대에 오르며, 폴란드에서 온 라듐공장 직공으로 동료들의 죽음을 마주한 뒤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려는 안느 역에는 김히어라와 이봄소리가 열연한다.


마리 퀴리 역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목도한 인간의 내면을 여과 없이 표현해야 하는 동시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존 인물을 연기해내야 하는 만큼 디테일한 감정 연기가 필수다.


이미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로 정평이 나 있는 리사는 발군의 캐릭터 해석을 통해 마리 퀴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오롯이 담아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 김히어라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밖에 라듐을 이용해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언다크의 대표 루벤 역에 김찬호와 양승리가, 마리 퀴리의 동료 과학자이자 남편으로 그녀의 연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피에르 퀴리 역에 김지휘와 임별이 무대에 오른다.


한편, 뮤지컬 '마리 퀴리'는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선정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돼 초연을 올렸다. 이후 2019년 예술위가 선정한 '올해의 레퍼토리' 뮤지컬 부분에 선정되며 2018, 2019년 예술위의 공연예술 창작산실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3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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