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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잠든 사람 나체 촬영…명확한 거부 없었어도 성폭력 범죄"


입력 2020.03.01 11:14 수정 2020.03.01 11:15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1심 징역형→2심 무죄…대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술에 취해 잠든 여성의 나체를 촬영한 것은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7살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7년 4월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30대 여성 A씨와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집으로 A씨를 데려와 휴대전화 카메라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 모습과 상대방 나체사진을 찍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는 A씨의 동의를 받고 촬영했다고 주장했으나 A씨는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며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사진을 촬영할 당시 피해자의 상태는 잠들었거나 잠들기 직전으로 보이며 술에 상당히 취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징역 6년에 집행유예 2개월,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B씨 동의없이 사진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씨가 A씨와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를 나누는 도중 촬영 사진을 자연스럽게 전송하고 A씨의 항의에도 숨기려 하지 않고 이씨가 ‘네가 동의했다’는 취지의 답장을 보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피해자가 사진 촬영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동의를 한 것으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씨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해자는 술에 만취해 판단 능력이나 대처 능력을 잃은 상태에 있었음이 분명하다”며 “이씨는 사진 촬영이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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