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글로벌 인재 빨아들이는 쿠팡...위기 돌파 위해 나스닥 상장 추진하나


입력 2020.03.05 06:00 수정 2020.03.04 18:3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최근 1년 새 법무, 회계, 재무 등 글로벌 임원 5명 영입

최대주주이자 투자자 소프트뱅크 적자에 다른 투자처 물색

쿠팡 잠실 사옥.ⓒ 쿠팡 잠실 사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한 이커머스 선발사 쿠팡이 최근 잇따라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며 우수한 인재풀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그 배경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매년 매출액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분석과 함께 대규모 외부 투자유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어서다. 미국 나스닥 상장추진설도 나오고 최근에는 홍보, 대관 등 국내 커뮤니케이션 조직을 확충 중이다.


쿠팡은 지난해 3월 미국 월마트 출신 제이 조르겐센을 최고법률책임자 겸 최고윤리경영책임자로 신규 영입한 이래 올 1월까지 총 5명의 글로벌 임원을 영입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금융 전문가인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가 쿠팡의 새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케빈 워시 이사의 경우 미국 중앙은행 의장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미국 경제계 거물로 꼽힌다.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걸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의 대표단으로 활약했고, 미국 대통령실 경제 정책 특별 보좌관 및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수석보좌관을 역임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거물급 인사라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최근 1년 사이 쿠팡이 영입한 글로벌 인재들은 법무, 재무, 회계 최고책임자 등 각 분야의 최고 관리자로 임명됐다. 국내 쿠팡 사업조직도 홍보, 대관 등 대외 업무 전문 인력을 보강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유통망 확충과 동시에 사업을 추진해온 쿠팡의 사업 전략에 비춰볼 때 해외 진출 보다는 외부 투자 유치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쿠팡은 그동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0억 달러(3조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대부분 물류센터와 쿠팡맨 등 유통망 확보에 투자해왔다.


2018년의 경우 한 해에만 전국 12개 지역에 24개의 물류센터를 확보하면서 총 축구장 167개 넓이의 물류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재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 시도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아울러 최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이 악화되면서 추가 투자 여력이 줄었다는 점도 쿠팡의 외부 투자유치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쿠팡은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LLC가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쿠팡LCC의 최대주주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8월 상장 예정이었던 위워크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지분 가치 하락 등으로 지난해 3분기 14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그동안 소프트뱅크로 유치한 30억 달러와 지난해 3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8000억원의 자금의 지속적으로 물류 인프라 사업에 사용되면서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자금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꾸준한 물류 인프라 확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전략을 계속 추진하려면 올해 중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야 하는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외부 투자 유치의 일환으로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올 초에는 블룸버그통신이 쿠팡이 내년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세금 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쿠팡은 최근 5년간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등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나스닥은 사업 성장성이나 사업 규모 등을 기준으로 상장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쿠팡은 2018년 4조422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매출 규모로, 매출 성장률은 전년인 2017년 40%에서 2018년 65%로 급증했다.


거래액의 경우 2018년 8조원에서 지난해 1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경우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 G마켓을 제치고 거래액 기준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인 물류 인프라 투자로 적자는 계속되고 있지만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성장성은 입증된 셈이다.


최근 분야별 인재 영입 면면을 봐도 상장 작업과 연관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미국 경제계 거물인 케빈 워시 이사를 비롯해 나이키의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보고를 담당했던 마이클 파커 최고회계책임자, 미국‧유럽 등 글로벌 상장사에서 25년간 재무 전문가로 활동해온 알베르토 포나로 신임 최고재무관리자 등을 영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력이 높은 케빈 워시 이사와 더불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업무 경력이 있는 최고회계책임자 등을 새로 영입한 데에는 상장 작업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국내에서도 상장 작업을 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상장 작업 경험이 있는 회계법인이나 최고회계책임자를 영입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