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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가 나서 마스크 안 쓰기 운동?…끝날 때 까진 끝난 게 아니다


입력 2020.03.13 07:00 수정 2020.03.13 11:09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나는 OK, 당신 먼저'… 마스크 양보 운동 확산

건강한 사람 마스크 안 써도 된다는 논리 근거 '부족'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신분증을 보여준 뒤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신분증을 보여준 뒤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사상 초유의 '마스크 대란'이 빚어지자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마스크 안 쓰기' 운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면역력에 문제가 없거나 착용할 마스크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면 구매를 자제하거나 면 마스크를 재활용하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정된 재화인 마스크를 취약 계층에게 양보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재활용해 쓰자는 취지다. 국내 마스크 1일 평균 생산량이 1000만장에 불과해 일주일에 국민 1인당 마스크 1장 구매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언뜻 보면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아이디어인 것처럼 보인다.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한다는 따뜻한 공감 능력에 비상사태에 빠진 국가를 생각하는 애국심(?)까지 더해져 확산일로다.


이때다 싶은 정부와 여당은 마스크 안 쓰기 운동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마스크 1장으로 3일 써도 된다"고 말했다.


뒤이어 이의경 식약처장은 다음 날 "면 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했다. 지난 8일 정세균 국무총리도 "의료진 등에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양보, 협조가 절대 필요하다"며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자제하고, 면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장한다"고까지 했다.


젊거나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손 씻기 생활화만으로도 코로나19 예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럴까.


코로나19의 평균 감염 재생산지수(R0·환자 1명이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는 1.4~3.7이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말을 통해 전염이 이뤄지는 메르스의 감염재생산지수는 각각 0.4~0.9로 알려져 있다. 메르스에 비해 3배 이상 감염력이 높다는 얘기다.


병원이나 교회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감염력이 더욱 더 강력해진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청도대남병원 등에서의 코로나19의 R0 값은 12다. 이 수치가 12라면 한 사람이 12명을 감염시키고 이 12명이 각각 12명씩 모두 144명에게, 또 이 144명이 다시 12명씩 1728명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틀 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도 100명을 넘어섰다. 독서실처럼 칸막이로 나뉜 책상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콜센터 업무를 하는 환경이 대규모 감염의 원인으로 꼽힌다. 구로 콜센터 사례만 봐도 마스크를 안 써도 괜찮다고 안심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미국 ABC방송의 한 특파원은 대구에 직접 가서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한국의 급증하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대구에서 공황 상태(panic)를 찾아볼 수 없다. 대구 시민들은 마스크가 절박한 공급 부족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참을성 있게 줄을 선다. 대구의 한 병원장은 "대단히 심각한 전염병은 아니다.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19는 대단히 심각한 전염병은 아니며, 우리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마스크 안 쓰기 운동이 아니라 마스크 제대로 쓰기 운동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아직은 긴장의 고삐를 놓을 때가 아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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