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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익이냐 명분이냐'…기로에 선 한진칼 주주들


입력 2020.03.16 07:00 수정 2020.03.15 22:28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오너 남매간 경영권 혈투로 주목도 가장 높아

소액주주 결정으로 그룹 미래 결정될 수 있어

지난해 3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한진빌딩에서 개최된 '제 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당시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이홍석기자 지난해 3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한진빌딩에서 개최된 '제 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당시 한진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이홍석기자

3월 주주총회 시즌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기업은 한진칼이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로 오너 남매간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 등과 손잡고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맞서는 형국이다. 3자 연합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선임 등 안건들을 제시했고 이는 한진측도 마찬가지여서 각 안건별로 치열한 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양측이 주총을 앞두고 확보한 지분은 33.45%(조원태)와 31.98%(3자연합)으로 격차는 불과 1.47%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기관투자자와 일반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이제 시선은 일반 소액주주들에게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자문기관 등의 의견에 따라 주총 안건 찬반을 정하는 경향이 있어 주총 전에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이미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이어 세계 최대 자문사인 ISS도 의견을 내놓았고 서스틴베스트·대신지배구조연구소·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글래스루이스 등도 조만간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 주주들의 표심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양측은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장 확보전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주식 1주가 아쉬운 현실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양측 모두가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찾아오는 상황에서 일반주주들은 꽃놀이패를 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한진이나 3자 연합과 관련이 거의 없는 일반주주들 입장에서는 양측에 대한 호불호도 있겠지만 자신들의 이익실현 여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오너 갑질이 미워도, 투기자본 KCGI의 행태가 마음에 안 들어도, 조원태 회장의 변화와 혁신이 반갑더라도 결국 개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가치가 오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한진칼의 주가는 올 들어 계속 오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가 폭락 전에 이달 초 주가는 8만4700원으로 지난해 말 4만원에 비해 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양측의 경영권 경쟁으로 형성된 팽팽한 긴장감이 회사 가치의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 주주들의 복잡해진 심경이 오는 27일 주총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어쩌면 일반 소액주주들의 작은 결정 하나하나가 모여 한진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간다.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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