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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리치 자랑’ 케빈 리, 계왕권 가동시간 늘리나


입력 2020.03.15 00:01 수정 2020.03.14 23:09        김종수 객원기자 (r)

브라질서 무관중경기로 치르는 ‘UFC 파이트 나이트 170’ 출격

UFC 라이트급 No.2 레슬러로 꼽히는 케빈 리(왼쪽). ⓒ 뉴시스 UFC 라이트급 No.2 레슬러로 꼽히는 케빈 리(왼쪽). ⓒ 뉴시스

UFC 라이트급 최고의 레슬러를 꼽는 질문에 열에 아홉은 현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2·러시아)를 꼽는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쟁쟁한 레슬러들이 넘쳐나는 라이트급에서도 차원이 다른 레슬링을 펼친다는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재 누르마고메도프는 체급 No.1 레슬러를 넘어 최고의 압박형 그래플러로 보는 것이 맞다.


현대 MMA는 분석과 전략의 싸움이다. 예전에는 비기라 평가되던 기술들이 대부분 노출돼 공략법이 많이 나온 상태다. 누가 더 수가 많고, 경기장에서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그래플러가 타격을, 스트라이커가 그라운드 보강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다르다. 최근 들어 타격 등 다른 옵션을 보완하고 있지만, 그를 대표하는 특기는 레슬링을 앞세운 압박형 그래플링이다.


하빕이 원탑 레슬러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No.2 레슬러를 꼽는다면 케빈 리(27·미국)도 빠질 수 없다. 탄탄한 근육과 탄력, 운동 신경으로 상대를 테이크다운 시키고 파운딩 세례를 퍼붓는 라이트급 터프가이 레슬러다.


리의 신장(175.26cm)은 큰 편이 아니지만 파이터로서 축복받은 긴 리치(195cm)를 자랑한다. 매우 큰 장점이다. 스탠딩 상태에서 더 큰 상대를 맞이해서도 유리하게 펀치 싸움을 펼칠 수 있다.


상대 입장에서는 예상 밖 거리에서 쭉 늘어나듯 들어오는 펀치에 당황하기 일쑤다. 리가 타격 기술이나 센스가 뛰어난 선수가 아님에도 타격전에서 상대를 고전에 빠뜨리는 이유다. 리의 레슬링을 견제하면서 스탠딩 싸움을 펼쳐야 하는 상대 입장에서 고무팔처럼 들어오는 펀치 공격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리의 긴 리치는 레슬링 싸움에서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빼어난 레슬러답게 리는 타이밍태클, 클린치, 슬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를 그라운드로 끌고 간다. 그립 역시 깊게 잡을 수 있어 상대의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허무하게 무너뜨리기 일쑤다.


리를 상대로 백포지션을 허용하면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리는 레슬러 출신답게 탑 포지션에서의 압박도 능하지만 백을 잡았을 때, 피니시 능력이 더 올라간다는 평가다. 허리에 바디 트라이앵글을 걸어 잠그는 순간 화력이 확 올라간다. 꼼짝 못하는 상대에게 파운딩을 퍼붓다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전광석화 같이 들어가는 리어네이키드 초크는 전가의 보도다.


패턴 자체는 단순하지만 좋은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어떤 상대와도 일합을 겨룰 수 있는 파이터로 성장했다. 하지만 누르마고메도프, 토니 퍼거슨의 양강 체제를 깰 수 있는 다크호스로서의 기대는 꺾인 지 오래다. 예전에 비해 위상도 많이 떨어졌다. 한창 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아쉽기 그지없는 대목이다.


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소는 체력이다. 리의 초반 화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드러나게 태클을 시도해서 성공률이 매우 높다. 타격까지 더하면 상대는 매우 곤혹스럽다. 경기 초반의 움직임만 놓고 보면 누르마고메도프 부럽지 않다.


문제는 이런 화력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초반 경기를 끝내버리거나 확실한 데미지를 주지 못할 경우,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것은 리다. 상대가 자신의 맹공을 버티어낼 경우, 언제 그랬냐는 듯 경기력이 뚝 떨어진다. 퍼거슨전에서도 알 수 있듯, 경기력은 물론 기세까지 무너져 내리며 역전패를 허용하기 일쑤다.


때문에 격투 팬들은 일본 인기만화 ‘드래곤볼’에 빗대어 “계왕권으로 힘을 몰아 쓰고 스스로 산화하는 스타일이다”라고 놀리기도 한다. 리 역시 이러한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체력이 남아있더라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조급해져 상대에 흐름을 내주기도 한다. 리는 파이팅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이 가장 좋지만 그마저도 위험부담이 커 매 경기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다. 단점이 너무 뚜렷해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는 케이스다.


15일 리와 올리베이라 대결은 무관중경기 속에 열린다. ⓒ UFC 15일 리와 올리베이라 대결은 무관중경기 속에 열린다. ⓒ UFC

리는 15일(한국시각) 브라질서 막을 올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70’에 출격해 찰스 올리베이라(30·브라질)와 메인이벤트에서 충돌한다. 해당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무관중경기로 진행된다.


올리베이라 역시 리와 마찬가지로 화력이 좋다. 통산 28승 중 18승을 서브미션으로 가져간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주짓수를 앞세운 그라운드 게임에 강점이 있다. 리가 테이크다운에 성공해 탑 포지션을 차지한다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대다. 아나콘다, 리어네이키드, 길로틴 등 초크계열 기술은 장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빈틈에 정타를 꽂아 넣는 능력도 떨어지지 않아 8번의 넉아웃 승리도 있다. 직전 경기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경기 초반 KO승이 많다. 판정승이 많지 않은 선수라는 점에서 리와의 화력 대결도 기대되는 포인트다. 부활을 노리는 리가 6연승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올리베이라를 누르고 다시금 복병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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