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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삼성생명·화재도 연봉 감액…보험사 위기 고조


입력 2020.03.19 05:00 수정 2020.03.19 08:2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삼성생명 4.9%·삼성화재 17.3% 줄어…실적 부진 '먹구름'

코로나19 역풍에 '제로 금리' 성큼…벼랑 끝에 선 보험업계

국내 최대 생명·손해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임직원들의 연봉이 일제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국내 최대 생명·손해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임직원들의 연봉이 일제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국내 최대 생명·손해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임직원들의 연봉이 일제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양대 생·손보사 식구들도 실적 악화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면서 보험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런 와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이하 코로나19) 역풍으로 인해 갑작스레 닥친 제로 금리 시대는 보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받은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원으로 1년 전(1억500만원)보다 4.9%(500만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삼성화재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 역시 같은 기간 1억400만원에서 8600만원으로 17.3%(1800만원)나 축소됐다. 삼성생명 구성원들의 연봉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삼성화재도 2016년 이래 3년 만의 연봉 감소다.


이는 두 회사 모두 인건비를 졸라맨 영향이다. 삼성생명·화재가 지난해 지급한 보수 총액은 1조2266억원에서 1조1056억원으로 9.9%(1210억원) 감소했다. 삼성생명은 5917억원에서 5577억원으로, 삼성화재는 6349억원에서 5479억원으로 각각 5.7%(340억원)와 13.7%(870억원)씩 임직원 보수 지출이 줄었다.


그렇다고 식구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임직원 수가 늘면서 평균 연봉이 낮아진 것도 아니란 얘기다. 오히려 삼성생명에 근무하는 임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5575명으로 1년 전(5620명)보다 다소(0.8%·45명) 줄었다. 반대로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임직원이 6121명에서 6373명으로 4.1%(252명) 증가하면서 평균 연봉은 더 감소하는 효과가 났다.


이처럼 두 보험사들의 직원 처우가 악화된 배경에는 부진한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9774억원으로 전년(1조6644억원) 대비 41.3%(6870억원)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조5833억원에서 1조2526억원으로 51.5%(1조3307억원) 줄며 반 토막이 났다. 2018년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서 손에 쥐었던 7900억여원 등 일회성 이익을 감안하더라도 나아졌다고 보기 힘든 성적이다.


삼성화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679억원에서 39.8%(4249억원) 감소한 643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조4508억원에서 8626억원으로 40.5%(5882억원) 줄었다.


이는 비단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생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은 3조1140억원으로 전년(4조325억원) 대비 22.8%(9185억원) 감소했다. 손보업계의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3조2538억원에서 2조2227억원으로 31.7%(1조311억원) 줄었다.


이처럼 보험사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힘겨워진 영업 환경이 꼽힌다. 국내 보험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본업인 보험 영업에서는 눈에 띄는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결국 보험사 간 고객들을 뺏고 뺏기는 출혈 경쟁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심화하고 있는 저금리는 결정타를 가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통상 금융 상품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고객들로부터 받은 자산을 굴려 다시 돌려줘야하는 보험사들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지난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이런 와중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에 기준금리가 0%대까지 추락하면서 보험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은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올해 보험업계는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올해 보험산업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0.0%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코로나19 역풍이 더해지면서 추가적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올해도 만만치 않은 한 해를 보내겠지만, 그래도 상저하고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생각보다 더 어려워지면서, 인건비 등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에서 비용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보험업계 선두권 업체들로부터 시작해 점점 확산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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