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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되는 원유 증산 전쟁…조선사에겐 '기회 or 독'


입력 2020.03.19 14:33 수정 2020.03.19 14:41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유가 배럴당 10달러대 '초읽기'…운임폭등에 유조선 발주 증가 전망

코로나19 영향으로 LNG선 등 발주 지연 가능성…업계 "예의주시"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5만톤급 PC선ⓒ현대미포조선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5만톤급 PC선ⓒ현대미포조선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간 증산 경쟁으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원유운반선,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등의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유가에 한정된 이슈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선종 발주는 지연돼 조선사들의 전체 매출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4% 떨어진 20.37달러를 기록했다.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브렌트유 역시 13% 하락한 24.9달러에 그쳤다.


산유국간 증산 경쟁이 본격화되면 국제 유가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유가 기조는 원유의 저장·수송 수요를 부추기기 때문에 통상 원유운반선,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발주로 이어진다.


원유운반선은 초대형 유조선(VLCC), 수에즈막스 등 원유를 실어나르는 배를 말한다.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은 원유를 정제한 정유나 석유화학제품 등 운반해 PC(Product Carrier/Chemical Tanker)선이라고도 불린다.


전문가들은 유가 약세로 유조선 운임이 수직 상승하고 있는 만큼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원유운반선 운임지수인 BDTI는 3월 2일 796에서 2주 뒤인 17일 1516로 90.5% 급등했다. 석유제품 운반선 운임지수인 BCTI도 645에서 850로 31.8% 늘었다.


글로벌 선사들은 원유 증산 효과로 향후 2년간 160척의 초대형 유조선(VLCC)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유조선 선주사인 헌터그룹은 현재 800척의 VLCC 중 200척이 폐선되거나 스크러버 탑재로 정상 운항을 하지 못해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산유국간 전쟁으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면 중동, 중남미 등에서 총 160척의 VLCC 신규 수요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에도 원유 증산으로 유조선 발주가 늘어난 사례가 있다. 앞서 2014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과잉공급에도 '치킨 게임'을 강행하며 국제 유가를 떨어뜨렸다. 실제 2014년 말 당시 배럴당 93달러였던 유가(WTI)는 2015년 49달러로, 2016년엔 43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유가가 하락하자 유조선 운임은 2014년 하루 평균 2만8115달러에서 2015년 4만8433달러로 급등했다. 원유 증산 전쟁이 종료된 2016년엔 3만6585달러로 하락했다. 당시 선사들이 유조선 발주를 진행하면서 국내·외 조선사들이 수혜를 입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유조선 수주는 2014년 18척, 2015년 25척을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14년 말부터 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저가의 원유를 확보해 저장하려는 유조선 수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슈로 유조선 발주가 현실화되면 국내 조선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과거에 VLCC 수요가 몰렸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발주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신 정유 또는 석유제품 등을 운반하는 PC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생산이 늘어나면 이를 운송하기 위한 탱커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면서 "원유운반선 보다는 PC선 수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사들은 원유운반선,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등 관련 발주가 늘어날수록 건조 기회가 많아져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선가가 높은 LNG운반선을 비롯해 대형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의 발주는 지연될 수 있어 전체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삼호·미포 포함)의 1·2월 두 달간 수주금액은 6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3.3% 줄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전년 동기 대비 73.6%, 72.7% 줄어든 2억9000만달러, 3억달러에 그치고 있어 수주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가만 놓고 보면 조선사에게 긍정적인 분위기"라면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선사들의 관망세가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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