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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車업계, 생산 멈추고 수요까지 비상


입력 2020.03.23 17:25 수정 2020.03.23 17:3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중국 시작으로 유럽, 미국, 인도까지 '릴레이 생산중단'

소비심리 위축에 이동수요 줄어 車시장 3~4% 역성장 예상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생산라인. ⓒ기아자동차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생산라인. ⓒ기아자동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자동차 업계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정책으로 가동 차질이 빚어지는가 하면,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시장 침체까지 심화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날부터 인도 첸나이 공장의 가동 중단에 돌입했다. 인도 정부가 31일까지 첸나이를 비롯한 칸치푸람, 뭄바이 등 75개 도시에 대해 병원, 관공서, 식료품 등 필수업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의 운영을 중단시킨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 뿐 아니라 첸나이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포드, 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가동 중단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 범위가 넓어질 경우 기아자동차와 토요타 등 다른 업체들도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자동차 공장 셧다운 사태가 벌어지는 지역은 코로나19 확산 지도와 거의 일치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초, 중국 내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했고, 한국이 제2 감염 국가로 떠오른 지난달 중순에는 국내 자동차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중심으로 서유럽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되고, 미국에도 코로나19 비상이 걸린 이달 중순부터는 유럽·미국 자동차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앞으로 동유럽, 터키 등 코로나19 감염 지역이 확대될수록 공장 셧다운으로 인한 자동차 업체들의 피해는 늘어나게 된다.


더 큰 우려는 자동차 수요 급감이다. 생산이 아무리 정상적으로 이뤄져도 수요가 뒷받침돼주지 못한다면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은 급강하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판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자동차와 같이 생필품이 아닌 고가의 소비재는 혼란 상황에서 구매 의욕이 가장 떨어지는 제품이다.


더구나 감염 우려로 자동차 판매점 방문을 꺼리고, 재택근무·자가격리 등으로 이동 수요가 줄면서 자동차 구매를 미루는 경향도 자동차 산업 수요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시장조사업체들도 올해 세계 자동차 수요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무디스는 당초 0.9% 감소로 예상했던 올해 자동차 수요를 2.5% 감소로 조정했고, LMC오토모티브는 기존 0%였던 성장률 예상치를 4.3% 감소로 변경했다.


현재까지 파장만으로도 마이너스 성장이 확정적인 가운데, 앞으로 코로나19의 확산과 장기화 여부에 따라 수치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현대자동차는 한때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1조원을 훌쩍 넘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토막 수준으로 기대치가 낮아졌다. 삼성증권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하락한 6520억원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주요 신차 출시 및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라인업 강화로 실적 회복을 노리던 현대차로서는 코로나19가 치명타가 됐다. 지난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공개한 ‘올 뉴 아반떼’는 온라인상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그 인기가 실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해외 주요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 빅3’는 비상이 걸렸다.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석달간 미 판매 감소율이 9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RBC 캐피털은 포드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포드는 기존 실적전망을 아예 취소하고 4월 말에 다시 내놓기로 했다. 주주배당을 연기하고 유동성 자금 15억4000만달러를 끌어왔다.


RBC 캐피털은 또, 제너럴모터스(GM)가 현금 35억달러를 쓰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도 코로나19 파장으로 경영계획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전망치를 내놓기도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생산 차질보다 시장이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더 큰 두려움”이라며 “친환경차와 미래차에 대비한 투자 소요가 큰 상황에서 기존 완성차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대규모 자동차 업체들도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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