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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극장가 시계는 거꾸로 간다…웃지 못할 '라라랜드' 1위


입력 2020.03.25 13:59 수정 2020.03.25 14:05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신작 개봉 미뤄지자 재개봉영화에 눈길

영화계 붕괴 속 축하받지 못하는 1위

영화 '라라랜드' 스틸 컷. ⓒ 판씨네마 영화 '라라랜드' 스틸 컷. ⓒ 판씨네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기대했던 신작 개봉이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재개봉 영화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지만, 이는 영화계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최근 4년 만에 재개봉한 '라라랜드'가 예매율 15.5% 기록하며 실시간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라라랜드' 외에도 '페임'(2009) '너의 이름은.'(2017)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2017) 등이 실시간예매율 5·7·11위에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이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최근 들어 영화 재개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마니아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지만, 2018년 재개봉영화 최초로 실시간예매율 1위에 오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제외하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4DX 단독 개봉을 통해 기존 '해리포터'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큰 효과를 발휘한 경우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개봉할 당시만 해도 4DX 상영관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관객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최근 재개봉 영화들은 '해리포터'의 경우와 다르다. 실제로 '라라랜드'의 예매관객수는 불과 6690명 수준이다. 1위에 올랐다 해서 마냥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3월 영화 관객 추이를 보면 더 암담하다. 지난 12일 올해 처음으로 일일 관객수가 5만 명 아래(4만 9621명)로 떨어지더니, 16일 3만 6447명으로 4만 선이 무너졌고, 23일에는 통합전산망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인 2만 5873명을 기록했다.


이는 이렇다 할 기대작을 찾아볼 수 없는 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신작 개봉이 미뤄지면서 관객들의 관심 자체가 줄어들었다.


극장 관계자는 "기대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와 '원더우먼 1984'까지 개봉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며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기대작들도 언제 극장가에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극장가에선 스크린당 상영 횟수를 대폭 줄이고 과거 명작 영화들을 재개봉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 어떤 것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상 유례없는 불황이 지속되자 절박해진 영화인들이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코로나대책영화인연대회의는 25일 성명을 통해 "한국 영화산업은 지금 그 깊이조차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한국 영화산업의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다"고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영화산업은 정부의 지원에서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며 "영화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영화산업의 시급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화산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선정해줄 것과 영화산업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 시행, 정부의 지원 예산 편성과 영화발전기금 지원 비용 긴급 투입 등 3가지 요구사항을 문체부와 영진위에 건의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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