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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20배 커진 증시안정펀드...실탄 효과 거둘까


입력 2020.03.26 05:00 수정 2020.03.26 00:46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10조7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 코스피도 응답...“지지선 역할 기대”

은행 BIS 하락 우려도...“이 상태서 은행 지원 기대는 지나친 낙관론”

코로나19 팬데믹에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연이틀 반등에 성공하며 상승 마감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에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연이틀 반등에 성공하며 상승 마감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취약해진 증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선 가운데 실효성을 둘러싼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락한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음 달부터 증권시장안정펀드를 편성하기로 했다. 일단 코스피가 급등하는 등 즉각 반응했고 전문가들도 지지선 역할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은행들의 부담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4.79포인트(5.89%) 오른 1704.76으로 마감했다. 코스피 종가가 17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16일 이후 7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5.28포인트(5.26%) 급등한 505.68로 종료했다. 코스닥지수가 5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17일(종가 514.73) 이후 6거래일 만이다. 전날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8.6% 8.26% 급등 마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10조7000억원의 증시안정펀드와 20조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으로 기업과 증시에 대규모 자금을 긴급 수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증시안정펀드는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와 각 업권을 대표하는 금융사 18곳, 증권유관기관이 함께 출자한다. 2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이 증시안정펀드 7600억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증권시장안정펀드는 과거 1990년 버블 붕괴,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차례 조성됐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직접 주식시장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펀드는 투자금 일부를 우선 모은 뒤 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가금을 조성하는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1차로 조성되는 펀드 규모는 3조원 내외로, 내달 초부터 투자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펀드 자금은 코스피200 등 증시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상품에 투자한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 발표는 이틀 연속 증시를 상승시킨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방안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참여 금융기관이 더 늘어난 만큼 증시 지지선의 역할을 일정 부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도 “현재 시장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패닉’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대책이 지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시안정펀드의 규모를 감안하면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990년 당시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85조원 수준으로 약 4조원의 증시안정기금이 투입됐다. 반면 현재 코스피 시총은 1000조원대를 넘어섰지만 투입되는 기금은 10조7000억원에 그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규모는 작을 수 있지만 과거 사례와 같이 지수 급락을 제어하는 효과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2008년 11월 12일 금융위기 당시 기금 조성을 했을 때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의미 있는 반등을 보였다”면서 “외국인도 오랜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금융위기 당시 안정판 역할을 했고 펀드 집행 전 펀드 기대감이 유입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짚었다.


이에 코스피 역시 당분간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4일 금융위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투신권에선 1조719억원 규모 코스피 선물 매수세가 유입됐다. 향후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이 일부 긍정적으로 선회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3월 코스피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가 10조원을 훨씬 넘어선 상황에서 과연 10조원의 자금 지원이 증시를 부양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매수 주체가 사라진 탓에 거래가 얕아 낙폭이 커지는 부작용이 상당했는데 이를 완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을 통한 정책적 지원에 인센티브가 거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은행은 채권시장펀드에 이어 증권시장펀드에도 상당한 금액을 출자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선 주식 투자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펀드 출자금액에 대한 위험가중치 비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계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 상황에서 부실을 감수하고 정부의 의도대로 은행이 지원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라며 “단순히 기준 변경으로 BIS 비율을 올리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잃어 금융 불안정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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