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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희생하는 실내 헬스장, 회생의 길인가...“안타깝지만 지켜져야”


입력 2020.04.02 16:25 수정 2020.04.02 18:4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김평호 기자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 정부의 운영중단 권고 따라 휴관

중단 부탁한 정부, 회생할 수 있는 핀셋 대책 내놓아야

정부의 2주 운영 중단 권고에 따라 휴관한 실내체육시설. ⓒ 데일리안 정부의 2주 운영 중단 권고에 따라 휴관한 실내체육시설. ⓒ 데일리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에 따라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곳으로 지목된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등은 한시적(~4월5일) 운영 중단 권고를 받았다.


강력한 조치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2일부터 운영 중단 권고를 받은 시설이 영업하는지, 방역 지침을 따르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입원·치료비와 방역비에 대해 손해배상(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헬스장(피트니스 센터)도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돌발 변수에 직격탄을 맞고 주저앉았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고객들의 건강과 생업의 터전인 체육관도 지키려했지만, 50% 이상(서울특별시 기준)의 헬스장은 정부의 강력한 중단 권고에 따라 문을 닫은 채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100평대 규모의 A헬스장도 마찬가지다.


헬스장 출입문에 붙어있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정부의 운영중단 권고에 따라 2주 동안 휴관합니다’라는 공지문 뒤로 텅 빈 실내가 보인다. 평소 같으면 땀 흘리는 사람들의 활력과 기합 소리가 진동할 헬스장 내부에는 정적만 흐른다.


손님들로 붐벼야 할 시간대에 텅 빈 실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 A헬스장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어렵긴 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문까지 닫으니 답이 없다”며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과 규모를 떠나 파탄 지경에 내몰린 동류업계 자영업자들이 많다고 전한다. 수 만 명의 구독자와 팔로워를 확보한 A헬스장 대표는 “남들이 (나에게)인플루언서니 SNS스타니 말한다. 그런 나도 이 지경이다. 친하게 지내는 다른 지역의 소규모 헬스장을 운영하는 분들도 죽을 맛이라고 한다. 이제는 다 문을 닫았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말한다. A헬스장 대표는 “나라가 정상으로 다시 돌아와야 우리도 제자리로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여기서 고객들과 운동하며 땀 흘리고 웃던 시간이 그립다”며 애써 웃음을 짓는다.


손 세정제 비치된 실내체육시설. ⓒ 데일리안 손 세정제 비치된 실내체육시설. ⓒ 데일리안

경기도에 위치한 70평대 규모의 B헬스장도 정부 권고 방침에 따라 2주간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B헬스장 대표는 “트레이너들(직원들) 개인 위생은 물론이고 고객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 발열 체크, 손 소독제 비치는 기본이다. 방역 업체를 불러다 체육관 전체를 소독했다”며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오는 시간대를 조정해 몰리지 않게 조정한다. 2m 거리두기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심지어 마스크 착용 안하고 온 고객들에게는 마스크도 드린다. 나도 몇 개 없는데 체육관 지키려고 그렇게 해왔지만 할 수 없이 문을 닫았다”며 척박한 현실을 말했다.


매출과 관련한 '우문'에는 “코로나19 터지면서 반토막으로 줄었던 매출이 이제는 휴관이니 당연히 제로다. 그래도 임대료나 인건비, 관리비는 그대로 지출해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구들만 괜히 닦고 있다”며 끊어진 매출과 달리 문을 닫아도 끊이지 않는 지출을 설명했다.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정부의 중단 권고를 따른 배경에 대해서는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눈치가 보이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의미가 조금은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직업도 결국 손님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손님들이 위험하고 옆 가게가 위험하고 지역이 위험하고 나라가 위험하고 모두가 안전과 건강을 걱정하는데 계속하기 힘들었다”는 솔직한 입장도 밝혔다.


인근에서 C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도 “문을 열지 않다보니 환불해달라는 고객들도 있지만 (직접 제작해 사이트에 업로드 해왔던 영상을 보며)홈트레이닝 하면서 다시 헬스장 나가는 날 기다리겠다는 고객들도 많다. 휴관 결정에 박수를 보내주기도 한다. 정말 감사하다. 그런 분들이 있어서 이렇게 버티고 있다”며 울컥했다.


희생하는 헬스장을 위한 핀셋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헬스장 대표들은 “정부에서 저리로 대출을 해준다고 해도 빚이다. 우리는 빚을 원한 적이 없다. 정부도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것은 알겠지만 우리도 희생하며 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카페나 식당 등 밀집된 곳에 사람들이 몰려있는데 버젓이 영업하는 것을 보면 억울할 때가 있다. 우리도 당장 문을 열고 싶지만 막상 또 그러지 못한다”며 운동기구만 매만졌다.


직업 특성상 어려운 상황 속에도 에너지는 남아 있었고, 웃음도 잃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며 스스로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모두가 감추지 못한 공통점이 또 하나있다. 막막함에 나오는 깊은 한숨과 얼굴에 비친 어두운 그늘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은 권고를 따르며 버티고 있지만, 다음 주가 되면 문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실내 체육시설 운영 중단 권고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헬스장의 기구들은 개인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또한 격렬한 운동을 하다보면 마스크를 쓰기가 어렵다”며 “그 안에서 2m씩 거리가 떨어져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라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구조다. 이번에 줌바로 인한 사례도 있지만 운동을 하면서 밀접한 접촉을 하면 유행이 될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불가피하게 영업을 제한한다면 그에 따른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엄중식 교수는 “정부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실내체육시설(헬스장) 등에도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많은 만큼, 이런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해서 다시 문을 열 때 까지는 지원을 해줘야 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그들에게 희생을 부탁했던 정부가 화려하고 거대한 숫자로 치장한 정책이 아닌, 그들이 회생할 수 있는 핀셋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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