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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지속 가능한 코미디①] 공개 코미디의 흥행과 침체가 남긴 빗나간 도식


입력 2020.04.01 11:32 수정 2020.04.01 11:3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자취 감추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장르의 다양성 제대로 알려야

ⓒtvN, KBS, 코미디TV ⓒtvN, KBS, 코미디TV

지상파 공개 코미디의 기세가 한창 왕성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왕년에’라는 전제가 붙어야 자연스럽게 됐지만, 1999년 KBS2 ‘개그콘서트’가 쏘아올린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흥기는 꽤 반가운 일이었다. ‘개그콘서트’의 인기는 MBC ‘개그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의 프로그램 론칭을 이끌었고,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당시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이 30%에 육박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저녁 시간, 웃음을 책임졌던 코미디 프로그램은 사실상 그 힘을 잃은지 오래다. 예능의 흐름이 버라이어티로 흘러가면서 위기는 더 빠르게 번졌다. 결국 시청률이 떨어지고 화제성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현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는 ‘개그콘서트’와 tvN ‘코미디 빅리그’, 코미디TV ‘스마일킹’만이 살아남은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스마일킹’은 공연장에서 선보이던 동명의 개그쇼를 모티브로 쇼 코미디와 방송 코미디를 결합시키는 색다른 시도로 제작됐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져가는 시점에 새롭게 등장한 이 프로그램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꺼져가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야심찬 각오는 아쉽게도 큰 반향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에서는 ‘개그콘서트’가 현존하는 유일한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인데 그마저도 시청률은 평균 5%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수’가 된 코미디언들도 상당했다. 강성범은 “코미디언이 코미디를 못하니까 다른 걸 하고 돌아다녀도 백수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인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방송국은 개그맨 공채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프로그램들이 축소됨에 따라 공채도 무의미해졌다.


2017년 ‘웃찾사’를 폐지한 SBS는 2016년 공채 16기를 마지막으로 신인 개그맨을 뽑지 않았다. 2년 계약으로 채용됐던 신인 개그맨들은 1년 만에 백수나 다름없는 신세가 돼야 했다. 당시 SBS는 “다른 방송사에 시험을 쳐도 좋고, 원하면 계약을 해지해주겠다”며 ‘관용’을 베푸는 듯한 책임회피 방식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MBC도 2013년 20기를 이후로 공채를 중단했다.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를 합쳐 개그맨 공채를 진행하는 곳은 KBS뿐인데, 이조차도 지난 2018년 공채가 마지막이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흥행하고 침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이 심어졌다는 것이다. 대중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현 상황을 두고 “한국의 코미디는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그맨들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위기’일 뿐 ‘코미디’는 묵묵히, 조금씩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며 그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상파 공개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끈 ‘개그콘서트’도 대학로에서 인기를 끌었던 ‘개그콘서트’ ‘컬트 삼총사’ 등의 인기에 힘입어 TV로 확장된 케이스다. 수많은 코미디 장르 중 하나인 공개 코미디가 인기를 끌자 TV로 통로를 넓혔을 뿐이다. 그런데 지상파 코미디의 흥행이 우리에게 ‘코미디=공개 코미디=콩트 코미디’라는 잘못된 도식을 심어준 꼴이 됐다.


그럼에도 코미디언들은 좌절하지 않고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 무대가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잘못된 인식으로 남은 코미디의 장르에 대한 다양성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기존의 소극장 공연이나, 코미디 페스티벌 등의 오프라인 코미디는 물론이고 1인 방송 서비스 유튜브, 전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현 시점을, 지속 가능한 코미디 생산에 대한 고민과 그에 따른 부흥을 이끌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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