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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지속 가능한 코미디②] 코미디언이 서는 곳이 곧 ‘무대’가 되다


입력 2020.04.01 11:32 수정 2020.04.01 11:3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개그맨들, 백여 개 유튜브 채널서 코미디 선보여

박나래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갈증 있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코미디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방송이라는 플랫폼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것들까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코미디 무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주4일 이상을 모여 회의하고, 코미디 대본을 썼던 코미디언들의 일상은 변화한 플랫폼에서 빛을 발했다. 현재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설 곳을 잃게 된 코미디언들이 백여 개가 넘는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코미디의 다양성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온전히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냄으로써 말이다.


박준형은 “지금 유튜브 등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재미있는 코미디만 보고 있다. 무한 경쟁이 아닌가 싶다. 이런저런 제약에 의해서 못했던 걸 자기 자신이 주인공, 작가, PD가 돼 하고 있다. 공평함 가운데 무한 경쟁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실패가 나오겠지만 우수한 콘텐츠들은 사랑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논리를 공개 코미디에서도 생각한다면 무한경쟁시스템으로 다시 가야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가운데 우수한 콘텐츠가 양산되고 더 노력이 나온다. 경쟁에서 못 웃겨서 도태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열린 무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섭렵하며 2019 MBC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나래도 무대에 대한 갈증을 보였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꾸준히 자신의 아이디어로 코너를 짜고,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는 등의 행보가 무대에 대한 갈증을 설명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표현 수위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개그 무대의 장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박나래는 “몇 년 전부터 개그맨들의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갈증과 함께 무대가 생기고 있다”면서 “그간 성적인 이야기를 쿨하게 풀어놓을 자리가 없었다. 공연 리뷰 중에 ‘59금’ ‘69금’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더 가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자 KBS2는 발 빠르게 이를 방송으로 끌어들였다. 앞서 공개 코미디의 인기를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으로 연계해 부흥기를 이끌었던 것처럼 명맥이 끊겼던 스탠드업 코미디에 다시금 전성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박나래가 보여준 무대의 흥행과 그로 인한 프로그램으로의 연계는 코미디언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코미디언들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윤형빈이 수장으로 있는 윤소그룹을 필두로 한 ‘코미디위크’는 홍대에 자리 잡은 개그 소극장들의 연합하고 신인 개그맨들이 참여하면서 코미디 공연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방송에만 국한되지 않고 외부로 나와 개그 콘텐츠를 개발하고, 직접 관객들을 만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콘텐츠들이 흥행하면 자연스럽게 TV를 통한 연계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형빈은 “개그 콘텐츠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고퀄리티의 코미디 콘텐츠들을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개그 문화는 나 혼자 만들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선·후배 개그맨, 동료들과 대한민국을 웃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시도들은 후배 개그맨들, 즉 코미디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윤소그룹은 기존 극단 형태를 브랜드화시켜 신인 개그맨을 육성하고 있다. 윤소그룹이 배출한 개그아이돌 코쿤(KOKOON)이 그 결과물이다. 또 김준호, 김대희, 김준현, 유민상, 박영진, 김지민, 박나래 등이 소속된 JDB엔터테인먼트도 개그 지망생들을 위한 공간인 JDB스퀘어를 홍대에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가고자 애쓰는 선배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후배들도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다. 이런 노력과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한국 코미디의 미래도 결코 어둡지 만은 않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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