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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알면서도 베팅하고픈 투수 FA, 손에 꼽을 성공사례


입력 2020.04.05 07:31 수정 2020.04.05 13:27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투수 FA 역대 최고액은 4년 95억 원의 차우찬

일부 제외하면 고액 몸값 투수 대부분 '먹튀'

투수 역대 최고액(4년 95억 원) 기록을 보유 중인 LG 차우찬. ⓒ 뉴시스 투수 역대 최고액(4년 95억 원) 기록을 보유 중인 LG 차우찬. ⓒ 뉴시스

FA 몸값 거품이 막 생겨날 무렵이던 2014년, 삼성은 에이스급 활약을 펼쳐주던 장원삼에게 투수 역대 최고액은 안겨줬다. 당시로서는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한 4년 60억 원이었다.


장원삼의 투수 최고액은 1년을 가지 못했다.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이 4년 84억 원으로 장원삼의 최고액을 가볍게 뛰어넘었고 한솥밥을 먹던 윤성환(4년 80억 원)과 안지만(4년 65억 원)도 지갑을 부풀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5시즌 FA 시장의 대미는 미국서 돌아온 윤석민이 장식했다. 국내에서는 특급 투수였으나,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윤석민은 원 소속팀 KIA로부터 역대 최고액인 4년 90억 원의 대우로 미국 생활을 청산했다.


2016년에는 대어급 선발 자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정우람과 손승락이라는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 투수들이 나왔고, 각각 4년 84억 원과 60억 원의 대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FA 거품이 절정이던 2017시즌은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인 김광현과 양현종, 그리고 스윙맨인 차우찬과 우규민이 나왔던 시기다. 그리고 승자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차우찬이었다.


수술이 예정되어 있던 김광현은 계약 1년차를 재활로 보낸다는 전제 하에 4년 85억 원에 SK 잔류를 택했다. 사실상 3년짜리 계약이었다. 해외 진출을 타진했던 양현종은 KIA의 팀 사정을 감안해 단년 계약을 맺었고 계약금 포함 21억 5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이 성사됐다. 특급과는 먼 거리였으나 선발 구인난에 시달리던 LG가 4년 95억 원을 베팅했고 이 액수는 지금도 깨지지 않는 투수 몸값 최고액으로 남아있다.


투수 FA 계약 TOP 10. ⓒ 데일리안 스포츠 투수 FA 계약 TOP 10. ⓒ 데일리안 스포츠

그렇다면 투수에 대한 고액 베팅은 성공적이었을까.


KBO리그에서 FA 자격을 획득하려면 9년(고졸) 또는 8년(대졸)을 꼬박 1군서 보내야 한다. 만약 고졸 투수가 데뷔하자마자 자리를 잡았다면 27세에 FA 자격을 얻는 셈이다.


다만 성장 과정을 필요로 하는 투수 포지션의 특성상 고교 졸업 후 9년차에 이 자격 요건을 충족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루키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낸 류현진이 있었으나 7년만 뛰고 해외 진출로 가닥을 잡았다.


대부분의 투수 FA들은 빨라야 나이 30대에 접어든 뒤 자격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이는 고액 연봉을 안겨주기에 도박과 다름이 없었다.


어깨가 소모품이라는 투수는 야수와 달리 전성기가 일찍 찾아오나 그만큼 저무는 시기도 빠르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FA 자격을 얻었다면 그만큼 많은 공을 던졌음을 의미한다. 즉, 지칠 대로 지친 뒤 FA 시장에 나오는 셈이다.


고액 FA 투수들 중 성공 사례 역시 손에 꼽기 어렵다. 역대 최고액인 LG 차우찬은 이제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으나 특급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3년간 35승을 팀에 안긴 차우찬은 누적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6.49을 적립, 95억 원 몸값과 어울리지 않았다.


‘먹튀’의 대명사가 된 윤석민은 재활 기간이 너무 길었고 90억 원을 받는 동안 고작 141이닝만을 던지는데 그쳤다.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선수에게 고액 베팅을 하면 안 된다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경력이 쌓일수록 완성형 투수로 진화한 KIA 양현종은 리그의 지배자가 되면서 지난 4년간 퍼부었던 91억 5000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김광현도 2년간 11.66의 WAR를 쌓으면서 양현종 못지않게 특급 투수로 활약한 사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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