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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수준이 북한과 비슷하다”는 말에 왜 화를 낼까?


입력 2020.04.06 09:00 수정 2020.05.11 08:24        데스크 (desk@dailian.co.kr)

‘색깔론 피해자’ 코스프레 하나

문 대통령의 과도한 분노 충동질

’천안함‘은 잘 모르는 표정이면서

ⓒ청와대 ⓒ청와대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대전 선대위 회의에서 “최근 민주당, 심지어 북한까지 나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민주당이나 북한이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그 전날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수원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사람이 썼다며 ‘얼굴마담’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김종인은 통합당의 구원투수가 아닌 ‘얼굴마담’이나 되기 십상이다.” “김종인은 결코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마술사가 아니다.” “설혹 ‘김종인 카드’라는 응급처방으로 보수야당의 수명이 조금 더 연장된다 해도 권모술책에 능한 황교안이 그것을 슬쩍 자기의 공으로 만들어버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색깔론 피해자’ 코스프레 하나


김 위원장으로서는 황당할 법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총선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상관도 없는 북한이 끼어들어 비아냥거리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북한이 민주당을 거들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 보이는데 좋은 말이 나가겠는가. 그래서 양측을 싸잡아 조소 섞인 갚음을 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반박한다고 해서 이상해 할 것은 전혀 없다. 선거 그 자체가 정당간의 공방전이다. 말 한 마디도 지고 싶지 않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보도 자료를 통해 “철지난 색깔론을 끌어들이지 말고 자중자애(自重自愛)하라”고 한 점은 의아하다. ‘색깔론’이 나올 대목이 아닌 것 같은데 민주당은 그렇게 역공을 가했다. 그래서 민주당이야 말로 ‘색깔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재인 정권이 유난히 ‘친 김정은’ 태도로 일관해 왔음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문 대통령 자신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각별한 친애의 정을 피력해왔다. 그런데 왜 민주당은 북한과 엮이는 게 싫다는 것일까? 태도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을 북한과 한 묶음 속에 넣어 말했다고 해서 기분 나쁘다고 한다면 문 정권의 대북정책과 태도는 가식적인 것인가.


북한과는 친하고 싶지만 같은 색깔로 비치는 것은 불쾌하다는 뜻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그것까지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민주당 측의 지레짐작인 듯하다. 어쨌든 색깔이 다르다면 그 점을 모든 국민이 알 수 있게 분명히 밝히면 될 일이다. 북한 김정은 집단에는 한없는 이해와 친애를 지속적으로 표하면서 ‘색깔 혼동’은 용납 못하겠다? 이건 아무래도 무리한 요구다.


그 때문이 아니라면 북한과 ‘수준이 비슷하다’는 말에 화가 난 것일까? 설마! 북한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말에 반발했다면 김정은이 참아줄 리 없다. 이쪽에서 그렇게 나긋나긋하게 하는데도 걸핏하면 온갖 험하고 모욕적인 표현으로 공격을 해대는 집단이다. 그런 상대에게 민주당이 어떻게 ‘수준 시비’를 자초할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의 과도한 분노 충동질


정리하자면 이렇다. 민주당이나 그 지지자들이나 이제 △색깔론 피해자 코스프레는 그만둬야 한다. △북한에 대한 과공(過恭)이 평화의 길인 양하는 태도도 버릴 때가 됐다. △북한과의 사이에서 국민이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이념적, 방법론적 차별성을 명확히 보여줘야 옳다. △6‧25 남침을 자행했고, 지금까지 적대감을 드러내며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시험에 집착하는 저들보다는 우리 안의 정치적 경쟁자들이 더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 김정은 집단이 우리에 대해 이념‧심리‧무력 도발을 해 오면, ‘대한민국의 정부‧여당’ 입장에서 야당과 공조해 대응해야 마땅하다. ‘철지난 색깔론’ 운운하며 안에서 싸울 생각을 말고.


하긴 정부‧여당 측이 이런 표현을 어제 오늘 해 온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새삼 정색을 하고 문제 삼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자신의 제주 4‧3사건 인식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민주당의 그 상투적인 말 한 마디에도 놀라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희생자 추념식에서 말했다.


“올해 시행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4‧3에 대한 기술이 더욱 많아지고 상세해졌다. 4‧3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임을 명시하고, 진압 과정에서 국가의 폭력적 수단이 동원되었음을 기술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악착스럽다 할 정도로 강하고 집요하게 반대했던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이렇게 역사적 사건의 성격과 의미를 규정해 버렸다. 아무 일도 없던 어느 날 갑자기 ’국가 공권력‘이란 괴물이 민간인을 희생시켰다는 뜻인가. 그 때의 국가는 어떤 국가를 말하는지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그 여러 달 후에 세워졌던 대한민국을 은연 중 폄훼하려는 생각은 없었는가. 아니면 미군정에 대한 책임 추궁인가.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습니다.”


제주도민의 분노를 한껏 자극하는 문투로 그는 당시 무장폭동을 진압했던 군경을 살인집단으로 매도했다. 제주 남로당 무장 집단이 누구보다 먼저 꾼 꿈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마도 ’통일정부 수립‘을 가리킨 것 같은데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당시 북한에는 김일성 정권이 사실상 성립돼 있었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건국 제1보인 제헌국회 선거 절차를 막 밟으려는 즈음이었다. 1948년의 그 5‧10총선을 방해하려고 남로당이 벌인 무장폭동이 바로 4‧3사건 아니던가.


’천안함‘은 잘 모르는 표정이면서


물론 많은 양민이 그 난리통에 희생당했다. 그리고 그렇게 희생된 분들과 그 유족들이 오래 동안 남로당 폭동세력과 동일시되는 억울함을 겪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4‧3이 문 대통령의 인식처럼 ’국가폭력에 의한 양민학살극‘이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 폭동이 진압될 수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건국 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그 당당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건 숫제 제주도민을 충동질하고 선동하는 웅변이다.


문 대통령은 휴전 이후 북한이 우리에게 가해온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어 왔다. 그 며칠 전, 그러니까 지난달 27일 대전현충원에서 있었던 ‘서해수호의 날 10주년 기념식’에서는 울분은커녕 ‘천안함 46용사’ 유족들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의 말조차 아꼈다. 천안함이 누구의 소행인지는,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로부터 한 맺힌 질문을 받고서야 겨우 말해줬다. 그것도 자신의 인식과 지식이 아니라 ‘정부 공식 입장은 북한 소행’이라는 간접 화법이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불과 10년 전에 일어난 국가적 비극에 대해서는 뚜렷한 인식을 갖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는 뼈에 사무친 한을 풀어내는 듯한 어조로 직접 목격한 것 같이 말했다. 어떻게 이런 상반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이러니 민주당의 새삼스런 ‘색깔론’ 시비에 움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 사람들이 또 어떤 화려한 언변으로 역사 뒤집기를 하려는가 해서….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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