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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일자리 늘리랬더니…고용의 질만 나빠졌다


입력 2020.04.07 05:00 수정 2020.04.06 10:0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정부 고용 창출 압박에도 시중銀 직원 수 감소세

비정규직만 상당수 늘어…정책 부작용 우려 확산

국내 시중은행 직원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시중은행 직원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시중은행의 일자리가 정부의 고용 창출 압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년 만에 1000명이 넘는 정규직 은행원들이 짐을 싸 자리를 떠나는 사이 비정규직 숫자만 늘면서 고용의 질이 더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무리한 정책과 은행의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응이 맞물리면서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총 6만8017명으로 전년 말(6만8667명)보다 0.9%(65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거의 모든 곳들이 직원을 줄인 모습이었다. 우선 국민은행의 직원 수가 같은 기간 1만8071명에서 1만7883명으로 1.0%(188명) 감소했다. 우리은행 역시 1만5389명에서 1만5363명으로, 하나은행은 1만3229명에서 1만2820명으로 각각 0.2%(26명)와 3.1%(409명)씩 직원이 줄었다. 외국계인 SC제일은행도 4337명에서 4255명으로, 씨티은행은 3546명에서 3514명으로 각각 4.1%(182명)와 0.9%(32명)씩 직원이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직원 수만 1만3995명에서 1만4182명으로 1.3%(187명) 증가했다.


이 같은 시중은행들의 일자리 축소 흐름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지난해 정부가 금융권을 향해 줄곧 고용 확대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변화라는데 있다. 직원 수 감소폭이 큰 편은 아니었음에도 은행들의 부담이 클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일자리 만들기에 있어 금융권이 역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해 왔다. 이번 정부가 주도하는 고용 확대 정책에 힘을 싣기 위한 취지였다. 그 중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은행들을 상대로 이를 강력히 어필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의 일자리 창출 현황을 파악하고, 그 효과를 공표하겠다며 직접적인 압력 행사에 나섰다. 다만 이런 행보가 은행들의 줄 세우기식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일자, 당초 진행하기로 했던 개별 회사의 고용 실적 발표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정부의 입김이 제대로 통하지 않은 모양새다. 더욱 문제는 도리어 고용 안정성만 악화시키는 결과만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정규직 행원들을 상당수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메꾸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말 6개 시중은행 내 정규직 직원은 6만3643명으로 1년 전(6만4767명)보다 1.7%(1124명) 줄었다. 국민은행의 정규직은 같은 기간 1만7118명에서 1만6662명으로 2.7%(456명) 감소했다. 우리은행 역시 1만4291명에서 1만4187명으로, 하나은행은 1만2584명에서 1만2096명으로 각각 0.7%(104명)와 3.9%(488명)씩 정규직이 줄었다. SC제일은행도 4347명에서 4209명으로, 씨티은행은 3338명에서 3324명으로 각각 3.2%(138명)와 0.4%(14명)씩 정규직이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정규직 수만 1만3089명에서 1만3165명으로 0.6%(0.6명) 증가했다.


그 사이 조사 대상 은행들의 비정규직 직원은 3886명에서 4373명으로 12.5%(487명)나 늘었다. 국민은행이 953명에서 1220명으로, 우리은행은 1098명에서 1176명으로 각각 28.0%(267명)와 7.1%(78명)씩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906명에서 1017명으로, 하나은행도 645명에서 724명으로 각각 12.3%(111명)와 12.2%(79명)씩 비정규직이 늘었다. 반면 씨티은행은 194명에서 190명으로, SC제일은행은 90명에서 46명으로 각각 2.1%(4명)와 48.9%(44명)씩 비정규직 수가 감소했다.


이를 두고 은행들이 사실상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수가 줄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자, 겉으로 보이는 실적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비정규직을 동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다.


하지만 은행들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금융 거래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프라인 점포가 줄고 있는 와중 행원 채용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인사 적체로 인한 항아리형 인력 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전반적인 직원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용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실적 개선에도 일자리를 계속 줄이는 은행들의 추세에는 비판적 시선이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면서도 "금융 환경과 영업 여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량적인 직원 수만 갖고 고용 실적을 평가하는 정책에도 한계가 분명한 만큼,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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