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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배달앱 시장에 두 번 우는 자영업자들…정부 늑장대응도 한 몫


입력 2020.04.10 06:00 수정 2020.04.10 03:42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불매운동 확산에 배달 주문도 급감…“코로나 사태로 기댈 것은 배달 주문뿐인데”

늑장 대응 공정위, 총선 앞두고 정치 도구로 활용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로 주문한 배달음식으로 받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로 주문한 배달음식으로 받고 있다.ⓒ뉴시스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배달의민족 요금체계 변경으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수수료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동시에 독과점 횡포라는 부정 여론 확산으로 배달 주문이 줄고 있어서다. 코로나 사태로 매장 손님이 급감한 상황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워줬던 배달마저 주문이 줄다 보니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수수료 논란으로 독과점 기업의 폐해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일각에서는 지난해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 합병 발표 당시 손을 놓고 있었던 정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 월 8만8000원의 정액제에서 주문 건수에 따라 5.8%의 수수료를 받는 새로운 요금체계를 발표했다. 회사 측은 요금체계 변경으로 그간 문제가 됐던 이른바 ‘깃발꽂기’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요금 인상으로 받아들였다.


매출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적은 수수료를 내고 노출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일정 수준 매출이 나오는 자영업자의 경우 이전에 비해 몇 배나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거세게 일고 경기도 등 지자체와 여당 등 정치권 공세까지 지속되면서 배민 측은 지난 6일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요금체계를 수정하겠다는 언급이 없자 다시금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자영업자나 소비자를 중심으로 배민 탈퇴와 불매운동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앱 다운로드 사이트에 있는 배민 후기 게시판과 자영업자 카페 등에는 수수료 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앱을 삭제하겠다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배민 수수료 논란 이후 배달주문이 줄었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자영업자 카페 게시판 화면 캡처 배민 수수료 논란 이후 배달주문이 줄었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자영업자 카페 게시판 화면 캡처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배민이 수익성을 위해 요금체계 변경에 나섰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52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가 지난해 3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겨울철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라이더에 대한 추가 배달비 정책도 1월로 종료되면서 요금 체계 개편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것이란 지적에 힘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장과 정치권에서도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는 비난을 쏟아내면서 배민 불매 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자체가 주도하는 공공 배달앱을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매일 같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배민과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심사를 맡고 있는 공정위까지 나서서 수수료 논란을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하는 등 정부와 정치권, 여론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불매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


소비자들이 배민 사용을 거부하면서 배달 비중이 높았던 음식점들을 중심으로 매출 감소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배민 수수료 논란 이후 배달 주문이 급감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매장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그나마 버팀목이 돼 주던 배달까지 줄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민 수수료 논란 사태 이후 배달 건수가 줄었다는 가맹점들이 많다”며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전화로 주문을 넣는 게 아니라 아예 배달 음식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 같다. 코로나 사태로 매장 운영도 힘든 상황에서 배달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점주들도 불안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배민 대신 업계 2위인 요기요를 사용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쌀국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윤모씨는 “수수료만 놓고 보면 요기요가 배민보다 더 높아 업주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민과 요기요 합병에 따른 독과점 문제가 이번 수수료 사건으로 인해 수면위로 올라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배민의 독과점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늑장대응에 나선 공정위에도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배달앱 시장 1위, 2위의 합병 발표 당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수수료 논란 사태로 부정 여론이 확산되자 조사 계획을 밝히는 등 뒷북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사태를 정치적 이슈로 몰고 가는 행태에 대한 비난도 제기된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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