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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코로나 경영난에 외부 변수로 이중고 '끙끙'


입력 2020.04.10 05:00 수정 2020.04.10 03:35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여객기→화물기 대체에 휴직·임금반납 등 비용절감에 전력

대한항공, 그룹 경영권 분쟁...아시아나, 인수불발 우려 촉각

여객기를 화물기로 변경한 대한항공 A330.ⓒ대한항공 여객기를 화물기로 변경한 대한항공 A330.ⓒ대한항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외부 경영 변수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위기 극복에 전력해야 하는 상황에 다른 변수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처지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황이 끝을 모르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여객기의 화물기 대체, 직원 휴직과 임금 반납 등으로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제선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많은 노선이 운항 중단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운항률은 10%대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양 항공사는 이러한 운항률 저하를 겪고 있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대체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 여객기를 화물기로...수익 창출과 비용절감 ‘안간힘‘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운항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여객기의 공항 주기료(주차 요금) 등 비용 절감을 노리겠다는 취지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3일부터 베트남 호치민에 A330-300 여객기를 투입해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의 긴급 물량과 한국발 농산물 등 화물 수송을 시작했며 이후 중국 칭다오 등 대상지역과 품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18일부터 호찌민과 타이베이 노선에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대형 여객기의 동체 하부의 화물실(Belly Compartment)에 적재되는 화물) 영업을 실시 중으로 추가 노선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수송량은 16만2000톤과 10만6000톤으로 전년대비 각각 2.3%와 1.7% 감소했다. 급감한 승객 수송량과 비교하면 선방한 것이다.


양사는 이미 경영환경 악화에 대처하기 위한 비용 절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전체 직원의 70%를 대상으로 휴업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자구 노력에 나서고 있다. 이미 이달부터는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반납하기로 했다.


또 아시아나항공도 이달부터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조직장 이상을 대상으로 급여 반납(사장 100%·임원 60%·조직장 30%)을 진행하는 등 고강도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한창수 대표이사 등 전 임원들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9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늘어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연합뉴스 9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늘어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연합뉴스

◆ 경영권 분쟁·인수불발 등 외부 경영 변수도 불안


하지만 이들 양대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극복 외에 외부 변수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룹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반대하는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잡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주주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열린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완승을 거두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3자연합은 이미 2라운드를 예고한 상태다.


3자연합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42.74%까지 늘렸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42.13%에서 0.6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행사한 지분의 기준이 된 지난해 말(31.98%)과 비교하면 10.76%포인트를 추가로 매입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3자 연합이 지분율을 50%까지 늘린 뒤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요구사항들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총을 통해 구성된 새로운 이사회가 모두 조 회장측 인사여서 거부를 통한 방어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3자연합이 계속 견제에 나서려는 상황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오너가 남매간 극적인 화해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조 전 부사장이 지난 8일 고 조양호 전 회장 1주기 추모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터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인수를 결정한 HDC현대산업개발의 변심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말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최근 급격한 업황 악화로 인수 절차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초 지난 7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원을 제 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말 일정을 변경, 연기하면서 더욱 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계획에 변함이 없고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지만 올해 새출발을 기대했던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추가적인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거의 벼랑 끝에 몰린 LCC들에 비해서는 상황이 낫다지만 대형 항공사들도 본격적으로 목이 조여오는 상황"이라며 "또 업황과 실적 개선을 통한 경영난 극복뿐만 아니라 향후 경영 불확실성도 걷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짓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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