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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억원이냐, 5천억원이냐’…대한항공 송현동 땅의 가치는?


입력 2020.04.10 06:00 수정 2020.04.10 03:39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대한항공 “가장 비싼 가격 제시하는 곳에 매각”

서울시 “양쪽 감정평가에 따라 최종 가격 조율”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했다.ⓒ네이버지도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했다.ⓒ네이버지도

광화문 한복판, 조선의 중심이자 형제궁궐인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는 약 20년째 공터로 방치된 3만6642㎡ 면적의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가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7성급 한옥호텔’을 지으려다 무산된 곳이다. 최근 대한항공이 경영 위기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일환으로 부지 매각에 나서자 이 땅의 가치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대한항공에 송현동 부지 매입의사를 밝혔다. 시와 종로구는 이 부지를 매입해 600년 한양도읍의 문화적 결을 살릴 수 있는 공원이나 박물관을 조성해 공적 용도로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수년 전부터 밝혀왔다.


문제는 가격이다. 부동산 시장은 송현동 부지 가치를 5000억원대(3.3㎡당 약 4500만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 도심부에 위치한 마지막 알짜배기 땅이기 때문이다. 인사동·삼청동·북촌과 인접하면서 종로구의 중심부 지역에 위치했다는 특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는 이 땅의 매각 협상을 공시지가에 따른 감정평가액 기준 추진하길 원한다. 지난해 기준 송현동 부지 공시가는 약 3100억원이다.


시 관계자는 “공유재산법이나 토지수용법에 따른 감정평가를 통해 구입가격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각각 의뢰한 감정평가업자 평가에 따라 최종 가격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입찰제안서를 받고 절차에 따라 시세대로 팔고 싶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입찰 제안서를 통해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매각하고 싶다”며 “이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이사진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서울시 2000억원 매입 시도와 관련해서는 시와 대한항공 모두 “구체적 금액을 제시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송현동 부지가 5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많은 기업과 기관·단체에서 탐내는 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규제가 단단해 정작 민간이 입찰에 뛰어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1997년까지 국방부 소유였던 송현동 부지는 애초에 개발이 제한된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 고도지구에 속해 건축물 높이는 16m 이하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3층 이하의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만 건립 가능하고, 초·중·고등학교 등 공공계획에 따른 건물이면 4층까지 허용된다.


또한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라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은 150%이며,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계획은 시의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997년 삼성생명이 이 땅을 매각해 미술관을 지으려 했으나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고, 대한항공 역시 2008년 소유권을 넘겨받으며 한옥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무산됐다”며 “삼성과 대한항공이 모두 포기한 마당에 어느 기업이 여기에서 사업을 시도하려 하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10년부터 송현동 부지 공원조성을 주장해 온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어느 땅이든 물건이든 재화는 서로 필요로 할 때 거래가 되지 않느냐, 가치가 없으면 거래도 없을 것”이라면서 “강압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는 없고, 최종가격은 양쪽이 고용한 감정평가사의 평가를 받고 난 뒤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송현동 땅은 최근에 규제된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규제지역으로 있던 곳이다. 또한 공공개발을 해 시민을 위한 곳으로 조성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도심에 숲을 가꿀 수 있는 유일한 자리로, 호텔 등 VVIP 특정인을 위한 공간보다는 공공을 위한 서울의 숨구멍으로 남겨야 한다. 그 가치는 상업적 시설과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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