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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


입력 2007.12.17 18:27 수정        
취고당검소
(동문선 문예신서 345)
지은이 육소연(陸紹珩)
옮긴이 강경범·천현경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는 문체 분류상 청언소품(淸言小品)에 속한다.
‘청언’이란 글자 그대로 ‘깨끗한 말,’ 즉 ‘탁한 것(濁, 속세·명리·물욕 등)’과 상대적인 내용을 담은 글이다. 그리고 ‘소품’은 짧은 분량 속에 재치와 운치가 있거나 길게 여운을 남기는 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청언소품은 명말[明末=만명(晩明)]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자신을 보전하며 번뇌를 끊는 등 그 시대 지식인의 심리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하였다. ´취고당검소´는 오랜 세월에 걸친 수많은 사람들의 좋은 글들이 수록된 ‘잠언집’ 같은 성격의 ‘글 모음집’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도 ´채근담(菜根譚)´류의 청언소품은 이익에 따라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일반인들이 인생을 깨닫고 처세하는 데 전범으로 삼는 동양의 고전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취고당검소´는 명말 육소형(陸紹珩)이란 인물에 의해서 편집·출판되어 당시 큰 인기를 얻었고, 일본에서는 ´채근담´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어왔다.

´취고당검소´는 한국에서는 처음 출판되는 책이다.
만명시대 청언소품의 집대성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작품집에서 좋은 구절만 가려냈으므로,2) 이 책을 통해 응축된 동양 고전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궁핍과 불안에 시달리던 만명시기 문인들의 처세관과 심미안, 그리고 소박한 바람까지 담고 있다. 그러나 ‘칼로 번뇌와 욕망 죽이기 [검소(劍掃)]’라는 그들의 처세란 ‘초탈’ ‘달관’과 좀더 가깝기에 그들의 세상 바라보기는 궁상스럽지가 않다.

부귀영화로부터 한걸음 벗어나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자 했던, 화려한 외향보다는 소탈하고도 고즈넉한 내면의 질을 추구했던 그들의 인생관은 오늘날의 한 박자 쉬어가기, 느리게 살기 구호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술을 마신 듯 몽롱한 상태로 앞으로만 내달리는 세상! 명성을 좇는 자, 이익을 좇는 자´에게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청량제를 먹이고자 했던 작자의 바람은, 그러기에 천년 가까운 시간적 거리, 중국과 한국이라는 시공의 격차를 훌쩍 뛰어넘어 절절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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