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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은 모두 ‘무죄’로 하겠다는 것인가

  • [데일리안] 입력 2020.06.01 09:00
  • 수정 2020.06.04 13:34
  • 데스크 (desk@dailian.co.kr)

국가 3권을 한 손에 쥔 문 정권

한명숙 사건 재조사 불 지피기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정권은 지금 국가 3권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3권 분립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게 교과서대로 지켜졌던 적은 없다. 게다가 현 정권은 역대 어떤 정권보다 더 유리한 구도를 확보했다. 사법부는 대통령의 임명권에 의해, 입법부는 총선을 통해, 확고한 내편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른바 군사정권 시절에는 ‘저항’이라는 불안요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발적인 추종자 및 협력자로 입법‧사법‧행정부가 구성돼 있다. 일찍이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국가 3권을 한 손에 쥔 문 정권


인격적으로 많은 사람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 대통령과 국가 3권의 실세가 될 수는 있어도(그리 흔한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높은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고매한 인격자가 되는 경우는 없다. 권력의 본성은 야수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주의, 법치주의 등의 고삐가 요구된다. 만약 그런 게 없다면 권력은 바로 야수로 돌변한다. 그간 대한민국 헌정사가 온갖 굴절을 겪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고삐가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권력이 일탈을 거듭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인격을 믿으면 될까? 김명수 대법원장, 박병석 (예비)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등의 민주주의에 대한 사명감이 방패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 국민에게 감시역량, 균형추 역할을 기대해도 될까? 정치사의 경험으로 말한다면 고삐가 끊어지거나 느슨해질 경우 아무런 장치도 작동하지 않는다. 임계점에 폭발하기 전 까지는…(이런 말은 20세기까지만 하게 될 줄 알았는데 21세기에 들어와서도 해야 하는 마음이 참담하다!).


괜히 의심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권 실세들만큼 권력과 영향력의 장악‧과시‧행사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그 점에서는 골수 지지세력도 다를 바 없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 가족,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그 비호자들, 최강욱 국회의원, 황운하 국회의원 등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대충 설명이 될 듯하다.


이들보다 먼저 거명해야 할 사람으로는 단연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꼽을 수 있다. 검찰 지휘권을 손에 쥐고 지금 한창 검찰 죽이기에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판사를 지낸 뒤 정치의 장에 진입해서 5선 의원에 집권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지내고 문 대통령의 각료로 자리바꿈을 했다.


한명숙 사건 재조사 불 지피기


취임하기 무섭게 세칭 ‘학살인사’와 조직개편 등으로 윤석열 검찰을 뒤집어놓았다. 문 대통령의 화법을 모범삼아 윤 검찰총장을 모질게 압박하기도 했다. 정권 실세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누가 무슨 말을 하든 표정 하나 안 바꾼다는 점이다. 추 장관이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총선 무렵이어서 그랬는지 한동안 잠잠한 것 같더니 다시 추 장관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의 필요성이 있다는 말을 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전 총리 문제와 관련 “이 사건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그런 구체적인 정밀한 조사가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한다. 절차적 정의 속에서 실체적 진실도 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사건을 통해 느낀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29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검찰 조직을 지휘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 전 총리 사건도 예외 없이 한번 진상조사는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만약 추 장관이 검찰에 대해 재조사를 명하면 윤 총장이 이를 거역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사실 추 장관의 입장에서는 검찰이 말을 안 듣는다고 답답해 할 것도 없다. 오히려 검찰에 대해서 “명을 어겼다”고 압박을 가할 명분을 얻게 된다. 재조사는? 그건 7월에 출범할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하면 된다. 추 장관도 그렇고 더불어민주당 사람들 경쟁적으로 나서서 ‘재조사 불가피론’을 펴는 것은 공수처가 이 일에 착수할 명분을 만들어주자는 의도 아니겠는가.


공수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기획됐다. 입법‧사법‧행정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독립기관이지만 헌법에 근거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제약을 받는다. 공수처는 그것도 아니다. 공수처장은 일단 임명되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된다. 대통령이든 국회든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임기 3년 안에 해임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탄핵의 대상도 아니다. 이 기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만 근거를 두고 있다. ‘자기규율’이 유일한 제동장치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이 기관이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의 모든 고위공직자를 수사대상으로 하고, 판사 검사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행사한다. 이런 거대 권력에 누가 감히 대적할 생각이라도 하겠는가.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가진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공수처 출범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 측근의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것”이라는 말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구슬렸다.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문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았을 터이다.


아마도 공수처가 출범하면 정권 실세들의 범법 행위는 모두 무혐의로 정리될 것이다. 반면 정치적 적대세력에 대해서는 가혹한 징벌이 가해질 수도 있다. 조 전 장관처럼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공수처가 재조사를 하면 될 텐데 뭐가 걱정이겠는가.


아무려면 권력을 그처럼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정상 국가, 정상 정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권력이 너무 강화되면 자제력을 상실하기 쉽다. ‘대통령의 자기 통제’ 같은 말은 믿지 않는 게 좋다. 19세기 영국의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액튼(Acton)경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썼다. 권력 남용의 욕구는 인간의 속성이라는 상식을 강조한 것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조사는 작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유감스럽게도 상상력이 가 닿지 않는다. 다만 과도한 권력자랑은 결국 자신을 망치는 독이 되고 만다는 정치사의 경험칙을 유념하라는 조언을 할 수 있을 뿐이다.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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