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내 현황 >
2020-08-08 00시 기준
확진환자
14562 명
격리해제
13629 명
사망
304 명
검사진행
16105 명
25.1℃
보통 비
미세먼지 3

‘식고문까지’ 경주시청서 못 버틴 최숙현, 이적 후에는 어땠나

  • [데일리안] 입력 2020.07.03 14:22
  • 수정 2020.07.03 15:35
  •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1월 입단한 부산시체육회서 반려견 모임도 할 정도로 밝아

비정상적 환경 벗어났지만 아물지 못한 상처로 극단적 선택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모바일 메시지. ⓒ 이용 의원실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모바일 메시지. ⓒ 이용 의원실

최고의 철인을 꿈꿨던 한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전 국가대표 고 최숙현도 경주시청에서의 반복적 가혹 행위 앞에서는 꿈을 접고 목숨까지 끊었다.


최숙현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출신인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이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자들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최 선수와 그의 모친의 모바일 메시지에는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글이 남아있다.


최숙현은 2017, 2019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감내하기 어려운 가혹행위를 당했다. 최숙현이 남긴 녹취록에 따르면, 소속팀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들은 상습 폭행 등을 자행했다. 체중 관리에 실패해도 맞았고,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억지로 먹는 ‘식고문’까지 당했다. 과연 국가대표 선수가 겪은 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비인간적 대우를 받았다.


고인이 남긴 훈련 일지에는 가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당하며 홀로 앓았던 침울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최숙현은 훈련일지를 통해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았다, 체중 다 뺐는데도 욕은 여전하다, 하루하루 눈물만 흘린다고 적었다. 또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글을 남길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최숙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주시청을 떠나 올 초 부산시로 팀을 옮겨 새로운 환경에서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나 상처는 도저히 아물지 않았다. 지난 2월부터 경주경찰서에 전 소속팀 지도자 등 4명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대한체육회-철인3종협회 등에 피해사실을 알리는 고독한 싸움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 없이 고된 훈련을 소화했다.


ⓒ뉴시스ⓒ뉴시스

정상적인 환경으로 들어오자 새로운 에너지도 생겼다. 경주시청에 이어 부산시체육회까지 최숙현과 함께 지냈던 동료는 “부산에 온 이후 최숙현의 모습이 많이 밝아졌다. 팀 동료들과 장난을 칠 정도였다”고 말했다.


부산시체육회 관계자는 “최숙현 선수가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라 소속팀 동료들도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대부분 밝은 모습만 보여줬다고 들었다. (1월)입단 후로는 농담도 하고 동료들과 장난도 칠 정도로 밝았다. 감독님이랑 동료들이랑 반려견 모임까지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사건 이후에야 상황을 파악했다. 부산시체육회에도 선수고충처리센터가 있지만 경주시청 때 발생한 일이라 우리 쪽으로는 아무것도 알리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아는 지극히 평범한 20대 초반 청년 최숙현은 비정상의 정상화 속에 새 팀에 적응하며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그 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 났다. 희망을 품고 밝은 미래를 꿈꾸던 스물 세 살의 청년은 끝내 좌절하고 말았다. 반복적인 가혹 행위로 고통을 겪었지만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와 대한체육회 등의 미온적이고 뒤늦은 대처 앞에서 최숙현은 크나 큰 좌절만 맛봤다.


해결된 것은 없었고 오히려 심리적 압박만 커졌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주변에서는 현실의 벽을 얘기했다. 그리고 쓸쓸하게 숙소에서 모든 것을 접었다. 어떤 누구도 크게 ‘SOS’를 외친 최숙현을 지켜주지 못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0
0

전체 댓글 0

  • 좋아요순
  • 최신순
  • 반대순
데일리안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