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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캐릭터탐구⑪]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라켓소년단’ 탕준상


입력 2021.06.23 14:21 수정 2021.06.23 14:35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나, 윤해강이야” 밉지 않은 나르시시즘

방윤담·나우찬·이용태·정인솔과 ‘찐 우정’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자신만만 캐릭터, 알고보면 순수한 윤해강 ⓒ이하 SBS 제공

보다가 화날 일도 없고 고구마가 목에 막힌 것처럼 사이다가 필요한 일도 없는 드라마가 한창 방영 중이다. SBS를 통해 월·화 밤 10시에 방송되는 ‘라켓소년단’은 땅끝마을 해남의 중3 배드민턴부의 다섯 소년을 중심으로, 스포츠 세계와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밝게 조명한다.


배우 남궁민에게 SBS 연말 연기대상을 안긴 ‘스토브리그’에서 한 발 나아가 스포츠 경기 장면과 관련 이야기를 한층 확대한 본격 스포츠 드라마다. 배우 김상경(해남서중 코치 윤현종 역)과 오나라(해남제일여중 코치 라영자 역)가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십분 발휘해 드라마 바탕에 경쾌함과 웃음을 단단하게 깔아놓은 덕에 탕준상, 손상연, 최현욱, 김강훈, 김민기를 비롯해 이재인, 이지원 등 푸릇한 배우들이 맘껏 기량을 펼치고 있다.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코치 윤현종, 주장 방윤담, 배 감독, 수비최강 나우찬(왼쪽부터) ⓒ

‘하얀늑대’로 불린 해남서중 배 감독 역의 신정근, 아이들을 좋아하고 먹거리 인심 풍성한 오매할머니 역의 차미경, 마을의 점잖은 홍 이장 역의 우현, 입바른 소리 전문 쌈닭 신 여사 역의 백지원 등 중견 배우들이 극의 ‘어른 역할’을 톡톡히 해 주는 것도 드라마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누구랄 것 없이 다 잘하니 막내 중의 막내 귀여운 윤해인 역의 안세빈 어린이배우마저 혀를 내두를 만큼의 연기력을 자랑한다. 1회 박호산을 시작으로 매회 막강 카메오가 드라마를 빛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기 못하는 배우, 밉상 배역 찾아보기 힘든 드라마이고 마치 ‘전원일기’처럼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지만 중심은 해남서중 ‘라켓소년단’이고, 그중에서도 팀의 에이스 윤해강이 정점에 있다. 시청자가 해강이를 좋아해야 드라마로의 유입도 유지도 쉽다.


수학 성적 올라서 41점, 그래도 기싸움 만큼은 전교 1등에게 지지 않는 윤해강 ⓒ

윤해강은 튀는 인물이고,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것도 맞는데 기존의 천재형 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보통 천재 캐릭터들에게는 사랑에 젬병이든 일상생활에 미숙하든 결핍과 결함이 있기 마련인데 혹은 어리바리하거나 인간미가 있기 마련인데 윤해강은 다르다. 말하는 당시로선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한계를 모르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고, 겸손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나만 알고 내가 제일이고 고집불통이다.


글로만 읽으면 미워하기에 십상인 이 캐릭터는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밉상이 될 수도 있고 재기발랄한 소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드라마 주인공답게 시청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는 배우가 자체적으로 가진 매력 지수가 굉장히 중요하다.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은 배우 탕준상이 했고 어떻게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 탄생했다. 잘생기지 않았으나 자꾸 눈이 가고, 자꾸 생각나서 또 보고 싶어지는 매력을 지녔다.


해인이네 동고동락 '한솥밥 식구들' ⓒ

캐릭터 윤해강과 배우 탕준상을 좋아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은 흥미롭게도 같다. 서울에서 야구 하다 해남에서 배드민턴 하는 윤해강을 보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형국임에도 잘난 척이 이런 잘난 척이 없고 다른 캐릭터들과도 눈치껏 어울리는 게 아니라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함께 어우러져 ‘우리는 하나’로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외톨이를 자처하는 그 모든 순간에 줄기차게 “야, 나 윤해강이야”를 외친다. 그러함에도 라켓소년단 멤버들의 인정을 받는 것은 월등한 재능, 보이지 않는 노력, 강인한 정신력 등 선수로서의 기본기를 잘 갖추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그 누구에게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덕분에 팀의 주장이자 전국 8강의 실력파이자 성실한 모범생 방윤담(손상연 분)과 크게 부딪힘 없이 실력의 서열을 가리고 함께 국가대표가 되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제2의 박서준 같은 외모의 나우찬(최현욱 분)과 미모 경쟁 없이 ‘밤톨 형제’로 다정해 보이고, 입담으로는 큰형님인 막내 이용태(김강훈 분)와의 장난 호흡도 좋고, 공부는 전남 1등 취미인 배드민턴마저 수준급인 정인솔(김민기 분)을 선입견 없이 팀원으로 이끈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

탕준상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많은 이의 눈에 발견돼 주목받고, ‘무브 투 헤븐’에서의 아스퍼거증후군(타인의 감정 공감과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연기로 실력을 인정받기는 했으나, 혜성처럼 나타나 빠르게 주연으로 부상하면서 “쟨 누구야?” “넌 어느 별에서 왔니?” 같은 반응을 끌어냈다. 놀라움의 호평이기도 하고 이채롭다는 반응이기도 하다. 사실 외모만 보면 전형적 꽃미남 과도 아니고, 연기 잘하는 10대 배우가 한둘이 아니기도 하잖은가.


하지만 알고 보면 어려서부터 뮤지컬을 통해 배우로서의 기본기를 다져왔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준비돼 있다. 아스퍼거증후군을 지닌 인물을 특성을 공부하고, 배드민턴 라켓을 잡는 모습부터 코트 안을 움직이는 다리 자세와 스매싱하는 포즈를 보면 얼마나 연습에 시간을 들였는지가 보이는 노력파다. 미성년 나이에 미니시리즈 주연이 되고도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 보면 정신력도 만만치 않다.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라켓소년단' ⓒ

그 결과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이제훈과 ‘무브 투 헤븐’ 공동 주연을 해도 밀리지 않고, 미모 출중한 손상연, 최현욱, 김민기와 있어도 뒤지지 않게 잘생겨 보이고, 어린 나이에도 보고 또 보고 싶은 배우로서의 매력을 지닌 김강훈과 함께해도 강력한 매력을 발산한다. ‘라켓소년단’ 이후로는, ‘저 배우가 왜 이렇게 빠르게 잘되지?’라는 의문은 사그라들 만큼 발군의 연기력과 매력을 각인시키고 있다.


배우 탕준상의 가장 큰 힘은 이유를 따지기 전에 어쩐지 정이 가는 외모, 말레이시아 화교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빚어진 개성 강한 얼굴 사이에 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이질적 캐릭터 사이에서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그러면서도 묻히지 않고 홀로 빛나는 연기를 적절히 조화시킨다. 혼자 튀어도 오래 살아남기 어렵고 묻히면 금세 잊히는 별들의 세상에서, 제2의 유아인을 상상케 하는 개성 있는 생존력을 기대한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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