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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덤 소비 ‘똑똑’해지는데…사생은 여전히 ‘기승’


입력 2021.06.25 15:04 수정 2021.06.25 15:0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숙소 잠입하고 불법 연락처 취득·차량 위치추적까지

사생 적발·신고해도 벌금은 '10만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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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세대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아이돌 팬덤의 활동은 꾸준히 변화해왔다. 특히 최근엔 MZ세대의 가치소비 움직임과 맞물려 팬덤 역시 ‘똑똑’한 소비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사생(아이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팬)도 여전히 기승이다.


최근 그룹 더보이즈 소속사 크래커 엔터테인먼트는 “숙소 건물까지 들어와 사진을 촬영한 이들은 건물 폐쇄 회로(CCTV) 영상을 관할 경찰서에 전달하여 현재 추적 중에 있으며, 동일 인물들이 확인되는 즉시 도주 및 무단 침입 혐의로 관할 경찰서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에 따르면 일부 사생들은 더보이즈의 사생활 공간(사옥, 숙소, 샵 등)에 방문 및 이동 중인 아티스트의 차량을 쫓아 비공개 스케줄과 개인 공간을 지속적으로 촬영해왔다. 소속사는 “스태프들의 제지가 있었음에도 진행 및 동선 이동을 무리하게 방해하며 촬영하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콘텐츠에 대한 금전적 피해와 내부, 외부의 컴플레인을 받는 등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사생들은 멤버들의 쉬는 공간을 촬영하고 숙소 건물까지 몰래 잠입해 대기하고 말을 걸며 촬영을 하는 등의 행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도 불법적으로 연락처를 취득해 지속적으로 전화 및 메신저를 보내는 행위 역시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생과의 전쟁은, 더보이즈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방탄소년단은 물론 갓세븐, 워너원, 빅스, 트와이스, 뉴이스트 등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도를 넘은 사생의 행동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도 사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연예인의 부적절한 파생 콘텐츠나 상품에 대해 단호하게 ‘안 사요’를 외친다. 그중 대표적으로 ‘사생 홈마’(사생활을 쫓아 불법 촬영해 판매하는 홈페이지 마스터)가 생산하는 콘텐츠다. 이밖에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식 팬카페에 올리고, 사생으로 의심되는 경우 소속사에 즉시 신고하기도 한다.


아티스트의 사생활 정보 및 영상·사진들을 굿즈라는 명목으로 다른 팬들에게 공급하는 홈마들이 하나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생 근절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팬덤의 홈마 콘텐츠 불매 목소리는, 비공식 굿즈 문화가 근절돼야 사생의 악습이 잦아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속사 역시 이런 팬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아티스트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팬덤과 소속사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생은 지금도 연예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생’에 대한 처벌은 가볍기 때문이다.


한 기획사 법률팀 관계자는 “사생을 적발하고 법적 대응을 한 이후에도 기획사에서 처벌 수위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벌금 등 가벼운 처벌로 사건이 종결되기 때문”이라며 “이는 자칫 사생들로 ‘이 정도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대부분의 사생팬이 적발되더라도 10만 원 정도의 벌금 혹은 과태료에 그친다. 사실상 사생들의 행동은 스토킹 범죄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그에 따른 처벌이 현재까지 전무한 상황”이라며 “사생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그에 따른 강력한 처벌과 적절한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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