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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성과주의에 빠진 우리사회의 자화상


입력 2021.07.02 09:01 수정 2021.07.02 08:37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발신제한’

현대인은 핸드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에는 발신자를 비롯해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그러나 발신자가 표시되지 않는 의문의 발신제한 전화가 오기라도 하면 우리는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긴장하게 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발신제한’은 올해 상반기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 최다 관람객을 동원하는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을 리메이크한 영화는 원작에 한국적 감성을 더하면서 여름을 맞아 쟁쟁한 신작들 속에서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영화는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 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출근길 아침,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범인은 거액의 돈을 요구하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며 가족을 위협한다. 범인은 왜 은행원인 성규를 범행대상으로 삼았을까. 영화는 범인과 성규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스릴감을 극대화시킨다.


성과주의에 빠진 우리사회를 조명한다. 성규는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만 그의 성공은 상대방의 아픔을 딛고 획득한 결과다. 실제로 우리사회는 지나치게 성과에 연연한다.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기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 한다. 이는 나중에 범인에게 범행동기를 묻자 은행원인 성규가 너무 최선을 다해 살았던 게 이유라고 말하는 데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금융자본을 고발한다. 영화 속 은행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무책임하게 부동산투자를 늘리다가 결국 파산하면서 저축한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다. 은행과 범죄의 이유 그리고 부산이라는 공간적 배경까지 자연스럽게 2011년 파산한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연상케 한다. 당시 저축은행 파산으로 많은 시민들은 큰 피해를 당했으며 그 이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많은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가족의 의미 또한 되새기게 된다. 성규는 아이들의 등교를 책임지는 등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은행업무에 바빠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다. 차가 폭발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처해서야 성규는 자녀들와 깊은 대화를 나눈다. 영화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성규를 통해 관객들은 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편집과 주연배우의 열연도 한 몫을 했다. 연출을 맡은 김창주 감독은 영화 속 이야기와 익숙한 설정이 주는 느슨함을 편집의 속도감으로 이겨냈다. 여기에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도 다소 빈약한 줄거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조우진은 22년의 연기 내공으로 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표정 연기와 목소리 연기로 극한 상황을 표현해냈으며 아역배우 이재인과의 연기 케미도 영화의 재미를 불어넣어 주었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열린 공간에서의 사회생활이 제약받는 상황에서 감정의 기복이 커지면서 불안과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있다. 영화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주인공 성규가 느끼는 불안, 공포,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폭넓게 아우르면서 팬데믹 상황에서 관객들의 느끼는 감정을 대변한다. 또한 100% 부산에서 촬영된 영화는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추격신을 비롯해 부산 시내 골목 곳곳을 누비는 카체이싱으로 관객들이 느끼는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게 한다. 영화 ‘발신제한’은 성과주의에 매몰된 우리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탁 트인 부산 전경은 강렬히 비추어 우리에게 힐링을 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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