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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그레타 툰베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입력 2021.07.08 11:30 수정 2021.07.08 10:42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그레타 튠베리’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폭염과 폭우, 폭풍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서늘한 기후를 자랑하던 캐나다 서부지역에서도 섭씨 50도에 가까운 살인폭염으로 수백 명이 죽고 산불까지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환경과 기후변화에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가 개봉했다.


영화는 스웨덴 출신의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700만 명 이상 동참시킨 ‘미래를 위한 금요일’ 파업시위 과정을 담는다. 15세 평범한 소녀가 어쩌다 전 세계인을 쥐고 흔드는 환경운동가가 되었을까. 영화는 학교 결석시위부터 2019년 9월 유엔본부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까지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적 환경운동가가 되는 13개월의 과정을 세밀하게 담았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더욱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사실 드라마틱한 서사를 연출하거나 파급력을 이끌기에는 다큐멘터리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그레타 툰베리가 적합한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는 영화 내내 거의 무표정하거나 심지어 연설하러 간 유엔 회의장 식당에서 비건 메뉴가 쌀과 불구르 뿐이라는 것에 못마땅한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일련의 과정을 담는 것은 그의 진정성 있는 마음을 표현해내기 위한 선택이다. 그레타가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다큐멘터리 장르를 통해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기 때문에 표정이 늘 좋지 않다는 것과 한 가지에 꽂히면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독단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청소년들의 행동이 미숙하다는 통념을 깨뜨린다. 영화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그레타의 모습을 담는다. 선진국 출신의 그레타는 지지와 옹호를 얻기도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는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까지 가세해 분위기가 험악해졌지만 그레타는 자신을 향한 악플에도 의연한 자세를 보여준다. 또한 학생의 본분을 지키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물음에 지금 당장 지구가 죽어가는데 미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일침을 가한다. 영화 속에서는 그레타의 조숙함과 어른들의 미숙함이 또렷하게 대비된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인기를 얻기 위해 표리부동한 모습을 취하지만 그레타는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한다. 2019년 미국 뉴욕 본부에서 진행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양열로만 구동되는 친환경 요트를 타고 꼬박 15일이 걸려 대서양을 횡단한다. 어른들이 바뀌지 않기에 그레타는 한창 공부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미래를 꿈꿔야 할 때 세상 밖으로 나와 고난의 길을 걷는다. 지구를 지키겠다는 순수한 아이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해 전 세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편리를 위해 쉽게 바꾸지는 못한다. 이를 때는 변화를 싫어하고 관습에 물든 어른들 보다 청년들의 생각과 주장이 해법일 수 있다. 기상이변은 지구가 임계선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신호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관습에 물들지 않은 한 청소년의 생각을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조명해 지금 우리 모두가 그레타가 되어야 할 때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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