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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SKT 메타버스 ‘이프랜드’, 콘텐츠 아쉽지만 판은 제대로 깔았다


입력 2021.07.15 12:51 수정 2021.07.15 14:42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가상세계 ‘부캐’ 아바타 만들고 ‘명상 룸’에서 멍 때리기

아직은 즐길만한 콘텐츠 많지 않아…서비스 고도화 숙제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LOL’ 룸을 개설한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LOL’ 룸을 개설한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그게 재밌니?”


고등학교 시절 ‘싸이월드’를 하면서 부모님에게 들은 말이다. SK텔레콤이 지난 14일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다운받아 써보니 온라인 플랫폼 유행이 바뀐 것이 새삼 실감 난다.


10년 전에는 싸이월드 미니룸을 꾸미고 배경음악을 사기 위해 문화상품권을 긁어 도토리를 사 모으는 게 대세였다. 이제 10대들은 온라인 홈페이지가 아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속 가상현실(VR)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아바타로 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이프랜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자 가장 먼저 본인의 아바타를 설정하는 화면이 나타났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아바타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꾸미는 편이 재밌었다. 얼굴형은 물론 피부색, 눈썹, 머리, 옷차림 등 꽤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 ‘나만의 아바타’를 꾸미는 데 제격이었다.


앱을 체험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아바타 꾸미기에 활용했다. 심혈을 기울여 아바타를 꾸며놓고 나니 현실에 없는 예쁜 ‘부캐(가상 부캐릭터)’가 생긴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닉네임은 기본 설정된 ‘방구석우주먼지’로 정했다. 본격적으로 앱을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아바타를 설정하는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아바타를 설정하는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아바타 설정을 끝내면 현재 개설된 메타버스 룸들이 쭉 나열된다. 기사 마감 후 심신 안정을 위해 맨 위에 노출된 ‘7일 완성 마음 챙김 기초 명상’ 룸에 들어갔다. 룸에는 다른 아바타들도 곳곳에 서 있었다.


가운데 위치한 큰 화면에서 마음 챙김 강사의 명상 강의가 재생되고 있었다. 룸은 기존 여러 VR 서비스처럼 손가락으로 좌우를 돌리며 둘러볼 수 있고, 화면 왼쪽 가상의 조이스틱을 이용해 아바타를 움직일 수도 있었다. 버튼을 눌러 몇 가지 감정표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VR 서비스처럼 체험할만한 요소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말 그대로 룸에 들어가 재생되는 영상을 멍하게 보고 있자니 굳이 화질도 낮고 화면 크기도 작은 메타버스로 영상을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방에 있는 아바타들과 채팅을 할 수도 없었다. 대신 마이크를 켜서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는데, 앱을 사용하는 약 3시간 동안 단 한 명도 마이크를 켜고 말을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7일 완성 마음 챙김 기초 명상’ 룸에 입장한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7일 완성 마음 챙김 기초 명상’ 룸에 입장한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최근 인기를 끈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가 반짝인기에 그친 이유를 알만했다. 아바타로 룸에 접속해놓고 마이크를 켜서 음성으로 대화하는 건 Z세대가 아닌 기자에게는 큰 용기를 필요로 했고 결국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보지 못한 채 여러 방을 서성이기만 했다.


오히려 SK텔레콤이 카카오와 협업해 만든 ‘카카오룸’, 넥슨 ‘카트라이더 맵’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이름으로 라이엇게임즈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룸을 직접 개설해봤다.


방이 열릴 시간을 직접 설정할 수 있고 전체공개로 만들거나 비밀번호를 걸어서 만들 수도 있다. 태그는 아직은 직접 입력할 수 없고 몇 가지 기본 태그 중 선택해야 하는 구조였다.


개설된 방에 들어가니 ‘야스오’ 캐릭터가 반겼다. 맵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아바타의 움직임이 너무 답답했다. 넓은 맵을 둘러보기에는 이동 속도가 너무 느렸고 조이스틱도 마음처럼 부드럽게 작동하지 않았다.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LOL’ 룸을 개설하는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LOL’ 룸을 개설하는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이 앱은 네이버 ‘제페토’처럼 10대를 겨냥하기보다는 2030 대학생과 직장인을 겨냥했다고 한다. 실제 개설된 룸에서는 호스트가 스크린에 PDF 파일이나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고, 공지를 등록하거나 마이크 권한 설정을 주는 등 회의나 모임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해뒀다.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이미 온라인 모임을 대체할만한 화상회의 앱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굳이 직장 상사와 아바타로 만나서 회의를 할 것 같진 않다. 미래에 정말 VR이 대중화돼서 실명이나 이름 대신 아바타를 사용하는 게 보편화된 세상이 아니라면 말이다.


SK텔레콤은 우선 대학생을 대상으로 서비스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프랜드 앱으로 고려대를 ‘메타버스 캠퍼스’로 탈바꿈한다. 영상으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이 아바타로 만나 동아리 활동과 팀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구상이다. ‘고연전’도 메타버스 경기장에서 온라인으로 연다.


이 앱은 본인의 메타버스 레벨에 따라 활용도가 충분해 보이지만, 메타버스 초보에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아직은 서비스 초기 단계여서 개선돼야 할 기능도 여럿 보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향후 채팅 기능과 개설된 방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서비스를 지속해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거실’ 룸을 개설한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거실’ 룸을 개설한 모습. 이프랜드 앱 화면 캡처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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