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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된 흙수저②] 심리 전문가들 “자기 동일시 의한 공감이 인기 원인”


입력 2021.07.21 13:31 수정 2021.07.22 14:2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본인의 결함 보여주는, 노멀 크러쉬 인기"

심리적으로 자존감 높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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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물론 부모에게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사정이 있다면 빚, 대출, 우울증, 어려운 취업 과정 등이 아닐까. 하지만 최근 유튜브의 새로운 콘텐츠로 각광받으며 속사정까지 낱낱이 밝히는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독자들은 어려운 상황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독려하며, 기꺼이 성장 과정의 목격자가 되어준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남들은 숨기고 싶어 하는 것들을 드러내고, 또 이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플로리다 마음연구소 김소울 대표는 "럭셔리하고, 좋은 모습들만 보여주는 콘텐츠들을 보는 사람들이 가지는 대표적인 심리는 동경, 대리만족, 간접경험이 주된 이유일 수 있다. 또한 청년들에게는 '나도 언젠간'이라는 미래의 목표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또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성장이 멈추면서 동경이나 목표의 대상에게 괴리감이 더 커져버렸다. 이에 흐름을 따라 빚, 백수, 취업 준비생들의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게 됐다"라고 사회적 현상과 연결시켰다.


이어 "예전에는 노출 대신 숨기려고 했던 일상의 콘텐츠들이 인기 있어진 심리적 배경은 공감이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혹은 ‘나보다 힘든 사람도 있다.’라는 심리가 자신과 너무도 다른 삶을 보면서 느끼는 괴리감을 채워주기 때문"이라며 "전반적인 사회적 현상이 꿈을 좇고 성공신화를 이뤄내고 도전하는 분위기에서,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고 함께해 주는 분위기로 옮겨 온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 대표는 공감이라는 심리적인 배경을 더 들여다보면 공감과 동시에 자기합리화를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개인이 불안감을 느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발현되는 것이 방어기제인데, 방어기제는 잘 발현된다면 개인의 심리적 건강과 안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방어기제가 적절히 사용되지 않고 비합리적으로 반복해서 사용된다면, 대인관계 문제나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일상의 콘텐츠에 반복해서 노출되다 보면, 공감을 넘어서 그러한 일상이 누구에게나 당연시되어버리고, 원래 다 그런 거야라는 신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러한 신념은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음에도, 더 나은 삶, 더 좋은 목표에 도전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어차피 안 된다는 비합리적인 패배의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라고 우려되는 부분을 짚었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영호 교수는 "본인의 치부나 결함을 보여주는 건 일상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는 2030들의 '노멀 크러쉬'란 특성 중 하나다. 요즘에는 플렉스 콘텐츠도 사치품을 보여주는 게 아닌, 일상에서의 플렉스가 더 인기가 있다. 가치가 돈뿐만 아니라 공감, 친밀감이란 키워드가 들어가면 기꺼이 마음을 준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임 교수는 일상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자존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바라봤다.


임 교수는 "돈은 없지만 이런 점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심리적으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단순히 관심받기 위해 약점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나는 이런 면도 있다'라는 의미한다. 그리고 이 콘텐츠들은 노멀 크러쉬, B급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통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MCN 한 관계자는 쏟아지는 콘텐츠 사이에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오래갈 수 있을지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흙수저 브이로그들은 확실히 있어 보이는 화면과 내가 동경하게 되는 삶을 보여주는 영상과는 다른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우울한 것만 보면 계속 우울해지는 현상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사이에서 한 가지 색깔만 유지하는 건 채널의 제자리걸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흙수저 브이로그는 유튜버와 구독자의 공감과 연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요소가 깨질 시, 조작이나, 배신감 등이 들 수 있어 다른 유튜버들보다 타격이 클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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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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