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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의 댓글 조작, 문 대통령은 사과할까?


입력 2021.07.28 07:31 수정 2021.07.27 07:32        데스크 (desk@dailian.co.kr)

19대 대선, 김경수는 누구의 ‘바둑이’였나?

야권, 문재인 대통령 사과와 특검 재개 요구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020년 11월 6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020년 11월 6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더워서 그런지 재수감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암호명에 눈길이 간다. 왜 ‘바둑이’라 했을까?


댓글 조작 사건 관련 드루킹(김동원)이 운영한 비밀대화방에서 김경수는 ‘바둑이’, 김경수의 보좌관은 ‘벼룩’, 문재인 후보는 ‘광화문’이라는 암호로 불렸다. 왜 바둑이인지는 따로 설명이 없다. 그냥 ‘누군가의 심부름을 하면서 졸졸 따라다닌다(수행비서)’라고 바둑이라고 불렸으리라 짐작된다.


그 바둑이가 지난 중복(中伏) 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재수감됐다. 이제 국민은 ‘재판받는다면서 교도소로, 서울로 왔다 갔다 하던 바둑이의 주인은 누구였을까?’하고 청와대를 바라본다.


징역 2년이 가벼운 형벌은 아니지만, 댓글 조작은 대역 범죄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조작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도둑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둑이’의 댓글 조작을 구체적으로 좀 자세하게 살펴보자.


19대 대선(2017)을 앞두고, 2016년에도 대선 주자 여론조사가 시행됐다. 2017년으로 넘어오면서 반기문과 문재인 두 유력 후보는 서로 선두를 다퉜다.


2017년 1월 12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한다. 그때부터 인터넷은 온통 반 총장의 실수와 거기에 대한 조롱하는 글로 도배된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세계적인 지도자였는데, 환영은커녕, 국내 사정에 깜깜한 ‘멍청이’가 된다.


인천공항에서 기차표를 끊는 장면부터 국립현충원 참배, 음성 꽃동네 봉사활동, 선친 묘소 퇴주잔 논란 등 반 총장은 ‘바둑이’의 의뢰를 받은 드루킹 일당의 조롱성 댓글과 순위 조작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뜻을 접는다.


반 총장의 빈자리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채운다. 2017년 3, 4월 안철수와 문재인 후보는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그러자 드루킹 일당은 안철수를 ‘MB 아바타’ ‘안 초딩’ 등으로 댓글 조작을 펼쳤다. 역시 지지율 급락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에게는 ‘청렴’ ‘대인배’ ‘소통’ 등의 달콤한 말로 지원했다.


바둑이 김경수는 2016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드루킹에게 32차례나 기사를 보내, 해당 기사에 대한 댓글 공작을 요청했고, 드루킹 일당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드루킹은 무려 8800만 건의 댓글 순위나 노출 조작을 했고, 그 대가로 재외공관장 한자리를 약속받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대 대선(2017.5)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돼 지금에 이른다. 이제 ‘바둑이’는 여론조작 혐의가 확정됐지만, 바둑이는 ‘주인’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보고도 없이, 혼자 댓글 조작을 하고 다녔을까?


언론에서는 바둑이 김경수를 ‘친문의 적자(嫡子, 정실이 낳은 아들)’ ‘문재인의 복심(腹心, 심복)’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많은 비밀을 공유한 관계’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당시 정황도 드루킹을 ‘바둑이’에게 처음 소개한 사람이 송인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었고, 대선 이후 드루킹이 추천한 공관장 후보자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실제로 면접도 봤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 경선 행사장에서 김정숙 여사는 드루킹이 주도하는 모임을 찾아가 인사도 했다. 포털 네이버 임원 가운데도 내통자가 있었다.


이처럼 드루킹과 맺어지는 사람들이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아내다. 그런데 청와대는 ‘바둑이’의 유죄 확정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한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사과 또는 허익범 특검(特檢)의 수사 재개를 요구한다.


이렇게 뿌리부터 불공정한 경쟁으로 당선된 후보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운운했으니, 이 약속이 지켜질 리가 있겠는가?


민주당은 당시 지지율로 보아 이겼을 선거라고 한다. ‘바둑이’ 판결에서 드러났듯이 뜨는 후보는 조롱성 언어와 댓글 조작으로 밟아버리고, 여론과 지지율을 만들어 내서 대선에서 이긴 민주당다운 인식이다. 지금 올림픽 시즌인데, 부정한 방법으로 승리한 선수는 메달이 박탈되는 경우를 봤을 것이다.


올림픽의 백미는 100m 달리기다. 88 서울올림픽, 남자 100m 경기에서 캐나다의 벤 존슨이 9초79의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러나 이 금메달은 사흘 뒤 박탈된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도핑테스트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존슨은 말 그대로 ‘영웅에서 거지(From Hero To Zero)’가 됐고, 금메달은 2위였던 미국의 칼 루이스(9초92)에게 돌아갔다.


메달 박탈은 과정의 불공정(不公正)을 말한다. 인용하기도 싫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겠다”고 했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하나도 지키지 않은 취임 때의 약속을 말하기도 불편하다. 하지만 청와대를 떠나기 전에 ‘단 한 가지 약속이라도 지킨다면, 사람이 달라 보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잘못한 일을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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