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가족에게 살해 당한 17세 소녀 "청바지 입겠다고 맞서서"


입력 2021.07.28 06:59 수정 2021.07.28 03:53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인도의 한 10대 소녀가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친척들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친척들에게 구타 당해 사망한 네하 파스완(17) ⓒBBC 친척들에게 구타 당해 사망한 네하 파스완(17) ⓒBBC

27일(현지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州)에 사는 17세 소녀 네하 파스완은 가족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뒤 숨졌다.


네하가 청바지를 입자 조부모가 이를 지적했지만 네하가 입겠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네하의 어머니 샤쿤탈라 데비 파스완은 BBC 힌디(BBC Hindi)와의 인터뷰에서 "딸은 옷 때문에 할아버지와 삼촌들과 말다툼을 벌인 뒤 막대기로 심한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하루종일 종교적인 이유로 금식을 하다가 저녁에 청바지 차림으로 (종교적) 의식을 치렀다"며 "네하는 할머니가 옷차림을 지적하자 ‘청바지는 입으라고 만들어진 옷'이라고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네하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할아버지와 삼촌 등 가족들은 네하를 때리기 시작했다. 네하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가족들은 어머니 샤쿤탈라에게 네하를 병원으로 옮기겠다며 데리고 나갔다.


가족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함께 따라가지 못한 샤쿤탈라는 다른 친척에게 병원에서 딸을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네하는 이튿날 아침 마을 인근의 강변 다리에 달린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숨진 네하의 조부모와 삼촌, 이모 등을 살인 및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BBC 힌디에 "조부모, 삼촌 등 4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며 "나머지 용의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조부모는 네하가 인도 전통 의상이 아닌 다른 옷을 입을 경우 자주 꾸짖었으며, 네하를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샤쿤탈라는 주장했다.


BBC 힌디는 인도에서 남아선호 사상이 심해 여성, 특히 소녀들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마을이나 시골 등지에서는 여성들의 옷차림, 이동권, 타인과의 대화 등이 엄격히 제한되고, 감시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인권운동가 롤리 시바레는 "21세기에 청바지를 입거나 휴대전화로 통화한다는 이유로 소녀들을 살해하고 폭행하는 현실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장기적인 해결책은 소녀들이 그들의 권리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뉴델리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 및 살인사건에 분노한 여성이 시위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인도 뉴델리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 및 살인사건에 분노한 여성이 시위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