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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불량 아니면 감사할 정도”…팬심 악용하는 아이돌 굿즈 시장


입력 2021.07.30 08:40 수정 2021.07.30 08:5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걸그룹 소주잔 4개 세트에 5만5000원

소속사 팬들 지적에 결국 제품 회수·환불 진행

소주잔 4개 세트 5만5000원, 아크릴 스탠드 1만8000원, 안경닦이 7000원.


최근 음원차트 역주행으로 주가를 올린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굿즈(goods, 기획상품)의 가격이다. 팬들 사이에선 인기를 활용해 폭리를 취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팬들의 지적에 소속사는 부랴부랴 사과문을 올리고, 관련 상품 회수와 환불에 나섰다.


실제 각종 커스텀, 주문 제작되는 소주잔들의 경우 온라인에서 1000원 내외로 판매되고 있으며, LED 등 각종 센서가 부착된 경우에도 5000원 이하로 판매된다. 이런 상황에서 브레이브걸스의 사진이 프린팅 된 소주잔 1개의 가격이 약 1만4000원, 4개 세트에 5만5000원이 책정된 것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아이돌 굿즈를 둘러싼 논란은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제품의 불량부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 미배송 등 논란의 종류도 다양하다.


앞서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전 빅히트)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 중인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도 품질 논란으로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위버스에는 하이브의 음악 레이블은 물론, 타 연예 기획사, 해외 아티스트 등이 입점해 팬들과 소통하고, 굿즈샵인 위버스샵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플랫폼에 대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이 100여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중 42.3%에 달하는 접수건이 제품 불량과 관련된 상담이었다.


최근에도 갑작스러운 팀 해체를 알린 그룹 여자친구의 가입비를 두고도 논란이 불거졌다. 하이브의 레이블인 쏘스뮤직은 여자친구가 해체하자 잔여기간이 남은 멤버십을 일 단위로 계산해 신청자에 한해 위버스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팬들의 반발에 뒤늦게 쏘스뮤직은 캐시와 함께 현금 환불도 가능토록 했다.


아이돌 굿즈와 관련된 불만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케이팝(K-POP)의 인기가 커지면서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미국,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의 구매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피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피해 접수가 늘어나자 한국소비자연맹은 아스트로, 뉴이스트, (여자)아이들 등 아이돌 굿즈를 판매하는 한 업체를 미배송 등 해외 소비자 피해에 대한 혐의로 경찰청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케이팝 시장에서 굿즈 시장 규모는 이미 연간 1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아이돌 굿즈와 초상 관련 상품 시장 규모가 약 750억원이었다. 즉 7년여 사이 몸집을 두 배가량 키웠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굿즈를 포함해 최근 위버스, 유니버스 등 글로벌 플랫폼 등이 활성화되면서 팬덤을 중심으로 한 산업 규모의 성장은 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IBK투자증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팬덤 경제의 시장 규모는 약 7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시장 내의 성숙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해 “기획사는 어찌됐든 이윤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다양한 굿즈를 통해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려는 행동을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돌의 성공에 팬덤의 역할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건 팬덤의 역할인데, 그 소비 주체인 팬들을 기만한다면 케이팝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인 굿즈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팬덤 문화가 생기고 있는 만큼, 기획사들도 변화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의 소비 행태를 이용한 무책임한 굿즈팔이는 절대적으로 근절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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