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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은 정권연장 때문인가?


입력 2021.08.11 08:41 수정 2021.08.11 11:01        데스크 (desk@dailian.co.kr)

언론자유, “다른 자유를 가능케 해 주는 자유”

권력의 언론자유 침해, 부패와 몰락의 시발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릴레이 시위 현장을 방문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릴레이 시위 현장을 방문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언론의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자유’ 이기 때문에 특별한 자유로 인정하고 각국이 기본권(基本權)으로 헌법에서 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헌법 제21조(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에서 규정하고 있고,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에서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야할 자유’로 언론과 출판, 집회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음은 너무도 유명하다. 이 때가 1791년 12월 15일이었다.


심지어는 북한도 헌법 제67조에서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국가는 민주주의적 정당, 사회단체의 자유로운 활동조건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도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지 않은 헌법을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이같이 동서고금이나 이념을 가리지 않고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집권 민주당은 자유 중의 자유인 ‘언론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약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언론이 고의 또는 과실로 허위보도나 조작보도를 할 경우,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이다. 그리고 배상액도 언론사의 매출액에 비례하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허위나 조작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정하느냐다. 권력자나 정부 등 힘 있는 곳에서 특정 기사를 무조건 허위, 조작이라고 잡아떼거나 공격할 수 있어서, 언론의 취재·보도가 위축돼 국민의 알권리가 크게 영향 받게 된다.


언론은 지금도 명예훼손죄, 모욕죄, 손해배상소송 등으로 위축된 상태고, 언론 중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우리 형법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 명백하게 맞는 사실을 보도해도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 1항).


그런데도 민주당의 일부 대선 주자들은 “5배 배상은 약하다. 고의적·악의적으로 가짜 뉴스를 내면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이재명, 8.2) 또는 “제가 현직 기자였다면 환영했을 것”(이낙연, 7.29)이라고 말한다.


문제의 민주당 개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고(7.27), 문체위에 올라와 있다. 통과 여부는 다수당인 민주당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야당은 물론 한국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가히 전 언론계가 반대하고 있다.


또 민변(民辯) 산하 미디어언론위원회와 언론인권센터(이사장; 안병찬) 등도 “배상을 늘리는 데는 찬성하지만, 현 개정안은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들도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중 처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해외 주요 국가에서 이런 법을 만든 경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의 보도가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고 개인의 명예나 일상생활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언론이 자율적으로 반성하고 더 노력할 부분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이 법 추진은 “가짜뉴스 피해자 구제”가 아니라 다른 의도나 저의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노무현 정부 때(2004) ‘개혁 입법’이라는 미명하에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이 때도 민주당은 문제의 언론중재법에 손을 댔다. ‘언론사의 고의, 과실, 혹은 위법성이 없더라도,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라는 ‘무과실 정정보도 청구권’ 조항이 문제였는데, 위헌 판정을 받고 사라졌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무과실 정정보도 청구권’이 “언론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2006.6.29).


‘무과실 정정보도 청구권’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법’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제 다시 집권당이 된 민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언론중재법을 고쳐 공공연히 언론사의 문을 닫을 수 있는 위협적인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민주당과 청와대의 검찰개혁이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검찰 장악(掌握)’으로 귀결되듯, 민주당의 언론개혁은 ‘언론장악’으로 흘러갈 것이다.


우리 국민은 1987년 이전에 ‘언론의 자유가 없는 시절’을 경험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권력은 바로 그 침해로부터 권력의 부패와 몰락이 시작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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