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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고용불안과 주택문제를 ‘웃프’게 담아낸 재난영화


입력 2021.08.12 15:05 수정 2021.08.12 19:50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싱크홀’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주택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집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월급 생활자가 주택을 마련하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22년 가까이 모아야 한다는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11일 개봉한 영화 ‘싱크홀’은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집 문제를 유쾌하게 담은 재난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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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싱크홀(땅거짐)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더 현실적인 주택문제가 관객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꿈꿨던 동원(김성균 분)이 아파트값이 치솟자 아파트 대신 신축빌라에 입주하게 된다. 이사 첫날부터 쓰리잡을 뛰는 아래층 남자 만수(차승원 분)와는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내 집 마련에 행복해하며 회사동료들을 초청해 집들이를 한다.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 마련의 꿈은 거대한 싱크홀과 함께 500m 지하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영화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을 그린다. 서울 집값은 4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 또한 멀어지게 되었다. 동원은 11년 동안 아내와 함께 억척같이 돈을 모았지만, 아파트는 엄두가 안나 대신 신축빌라를 구입한다. 직장 동료들이 모이면 주된 화제는 아파트 이야기다. 집들이에 찾아온 동료들과 동원은 빌라 건너편 아파트 단지를 보며 넘볼 수 없는 세계,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라며 자조 섞인 말을 건넨다. 그만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평범한 직장인에게 쉽지 않은 현실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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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힘들어진 가장의 모습을 담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19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겪는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3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감소 등의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은 생계를 위해 추가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영화는 쓰리잡을 뛰는 만수를 통해 대리운전과 같이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는 투잡, 쓰리잡족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2030 젊은 세대들의 불안한 현실도 보여주고 있다. 집이 없는 김대리(이광수 분)는 좋아하는 직장 동료를 아파트가 있는 동료에게 빼앗기고 결국 집이 없어 결혼까지 포기하려 한다. 새로 입사한 신입 직원 은주(김혜준 분)는 어렵게 회사에 취업을 했지만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인턴사원이다. 다른 직원들과 같은 양의 노동을 하지만 복지혜택은 차이가 난다. 심지어 명절날 지급되는 흔한 선물세트도 받지 못한다. 영화는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주택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2030의 웃픈(웃기지만 슬프게) 현실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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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싱크홀’은 청장년층의 취업과 주택문제 등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재난영화다. 대부분의 재난영화들이 일촉즉발의 재난 상황을 그리면서 압도적인 긴장감과 가족애, 휴머니즘을 보여주는데 ‘싱크홀’은 기존 재난영화들과 달리 세대별 지닌 고민을 웃음으로 겨냥하고 있다. 실제로 2030세대는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3040은 주택 불안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5060은 퇴직 후 생계 불안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지하 500m 싱크홀에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던 것처럼, 비록 현실이 어렵지만 우리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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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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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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